오바마, TPP가입 언급안해
朴은 사드 뚜렷한 답 없어
KF-X 기술이전 물건너가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귀국하면서 한·미 정상회담을 포함한 방미 일정이 막을 내렸지만 두 나라 간의 현안은 풀리기는커녕 오히려 꼬여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고민도 깊어진다.

특히 한·미 양국은 한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문제에 대해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3∼16일 방미 기간에 기회가 날 때마다 한국의 TPP 가입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미국은 TPP보다 한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16일 한·미 정상회담 이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 차이는 극명하게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한·미는 TPP에서도 자연스러운 파트너로, 한국의 TPP 참여 문제에 대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TPP는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FTA 과정의 문제가 좀 더 신속하게 해결돼야 한다”면서 한국의 FTA 완전 이행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 역시 최근 작성한 ‘한·미 관계’ 보고서에서 오바마 대통령 등이 “한·미 FTA 이행과 관련한 현안을 해결하려는 의지와 능력이 한국의 잠재적인 TPP 가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한국의 TPP 가입과 FTA 이행을 연계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국의 TPP 가입 의사와 미국의 환영 문구를 넣는 과정에서 미국 측은 “한국은 더 이상 환율조작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문구를 집어넣어야 한다고 주장, 사실상 TPP 가입과 환율조작 중단을 연계하려는 시도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둘러싼 논의도 한·미 간에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지난 6일 방한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부장관은 한 강연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아직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면서도 “북한이 도발을 계속하면 추가적 방어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며 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의 대비와 주한미군 보호를 위해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해야 한다는 미국 내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지만 박 대통령은 이번 방미 기간 뚜렷한 답을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미국에 여러 차례 요청했던 한국형전투기(KF-X) 개발 사업 관련 핵심 기술 이전도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박 대통령 수행차 미국을 방문한 한민구 국방장관은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기술 이전을 재차 요청했으나 또다시 거부당했다. 박 대통령이 굳건한 한·미 동맹을 강조하는 사이 한 장관은 미국으로부터 3번이나 고배를 마신 셈이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인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