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 정부 방안에 대해 기업들은 만족스럽지 않은 표정이다. 19일 산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현재 제시되고 있는 기활법 내용이 애초 목적인 기업의 선제적 사업구조 개편을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상 기업 확대와 주식매수청구권 제한, 공정거래법 개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지난 13일 기활법 공청회에서 제시한 바에 따르면 기활법의 지원대상 기준이 너무 엄격해 법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기활법은 기업 규모나 업종과 관계없이 “과잉공급을 해소하기 위해 사업재편을 하는 국내 기업에 적용한다”고 제4조에 명시돼 있다. 기활법 적용대상을 ‘과잉공급’ 상태에 놓인 기업에 한정함으로써 시시각각 변하는 경영환경에 처해 있는 기업들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병기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적용대상을 과잉공급 해당 업종으로 한정할 경우 대상 기업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반쪽짜리 지원제도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며 “일본의 ‘산업경쟁력강화법’과 같이 대상 범위를 정상기업으로 확대해 다양한 사업재편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상장기업 주주들에게 주어지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가 거세다. 이미 기업 생존이나 사업재편을 위해 기업 인수·합병(M&A)을 시도했다가 주식매수청구권 때문에 무산된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합병을 추진하다 주식매수청구가 몰리면서 합병이 무산된 바 있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대기업들의 경우 사업재편 과정에 있어 주주총회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며 “기업의 사업재편 과정에서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주식매수청구권을 제한하거나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사업재편 과정에서 기업에 과도한 재정적 부담을 주는 ‘지주회사의 손자회사·증손회사 규제’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활법 제24조에는 사업개편 승인을 받은 기업이 피출자기업의 주식을 50% 이상 소유하고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기업에는 과도한 재정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피출자기업의 지분 의무 보유비율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게 산업계의 요구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