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찬성’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13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찬성하는 취지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연세대 사학과와 경희대 사학과 교수 전원이 정부가 국정화하기로 결정한 역사교과서 집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다른 대학 역사 교수들과 역사 교사 등도 동조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집필 거부 운동이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좌파 지식인 진영에선 집필 거부 운동을 조직적으로 전개해 정부의 국정화 계획을 무력화시키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보수 학자들만 참여하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만들게 함으로써 우편향을 비판하고 공격하려는 의도”라고 경계했다.

정부로부터 국사교과서 제작을 위임받은 국사편찬위원회(국편)는 학계의 집필 거부 운동이 확산되자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공언한 대로 균형 있는 교과서를 만들기 위해선 명망 있는 역사학자인 김정배 국편 위원장이 직접 나서 실력 있는 학자들을 초빙해야 한다는 의견이 국편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조직적 불참으로 반쪽 국정교과서 만들려는 의도? = 경희대 사학과 교수 전원(9명)은 14일 성명을 내고 “우리는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회귀에 반대해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연세대 사학과 교수 13명도 13일 성명을 내고 “제의가 오리라 생각지도 않지만, 향후 국정교과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어떤 형태로든 일절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9월 9일에는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역사연구자 선언’ 동참 서명운동에 역사학계에서 총 1167명의 교수가 서명했고 서울대 역사학 관련 5개 학과 교수들이 국정화 반대 의견을 교육부 장관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또 연세대 인문·사회분야 교수 132명을 비롯, 고려대 역사·인문사회계열 교수 160명 등도 국정화에 반대하는 입장을 집단적으로 밝혔다. 일부 보수적인 역사학자들도 정부가 역사의 해석과 서술을 독점하는 것에 반발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움직임은 계속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 한 관계자는 “역사 관련 교수들과 교사들이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하지 않아 보수성향의 집필진만 있는 반쪽 교과서를 만들게 한 후 이를 비판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진보성향의 한국역사연구회 회장인 정용욱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역사교육의 발전과 무관하게 정치적 의도로 추진되는 국정교과서의 집필에는 평소 정치 성향과 관계없이 역량 있는 집필진이 참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사편찬위원장 ‘삼고초려’로 집필진 구성하나 = 이 같은 움직임으로 비상이 걸린 곳은 교과서를 만들어야 하는 국편이다. 정부는 명망 있는 원로 역사학자인 김정배 위원장이 정치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집필진을 구성하기에 앞서 20일 이상의 시간이 있는 만큼 공모도 하고 관련 분야 권위자를 초빙도 하는 등 두 가지 방안을 결합해 집필자를 선정하겠다”며 “근·현대사에는 역사가만이 아니고 정치사, 경제사, 사회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분들을 초빙해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다양한 시각의 집필진을 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선종·노기섭 기자 hanuli@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반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석현 국회부의장이 14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