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들이 채취한 뒤 버린 ‘꼬막 山’
첨단 소재 ‘항균 마스터배치’ 원료
인체 무해… 음식물포장지 등 활용

GS그룹 지원 中企·벤처 속속 결실
홈쇼핑 등 유통망 통해 판매지원도

지난 9월 24일 오후 5시쯤 전남 여수와 고흥군 사이의 여자만(汝自灣). 검푸른 물줄기들이 울렁이며 석양빛을 반사한다. 파도는 마치 용틀임하는 용의 비늘처럼 반짝인다.

검푸른 바다를 뒤로 여자만에는 작은 산 크기의 하얀 구릉들이 행인의 이목을 끈다. 파도에 흩어진 빛에 하얀 구릉은 더욱 하얗게 보인다. 하얀 구릉은 바로 어민들이 채취하고 버린 꼬막 껍데기다. 자연산 꼬막 껍데기는 항균 작용이 있는 물질이어서 오염 우려는 없지만, 쓸모가 없어 이렇게 방치된 것이다. 사실상 쓰레기인 셈이다.

그런데 최근 이 꼬막 쓰레기가 희토류급 보물로 변했다. 바로 GS그룹과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전남센터)의 지원을 받은 중소기업 ‘드림라임’의 기술력 덕이다.

“꼬막의 항균 성분을 최대한 살리고 다양한 상품에 적용하기 쉽도록 해 실용성을 극대화한 ‘항균 마스터배치’ 소재를 개발했습니다.”

이날 오후 2시쯤 여수 전남센터에서 만난 선상규 드림라임 연구원의 말이다. 선 연구원의 입은 귓가에 걸려 있었다.

전남센터가 출범한 것은 지난 6월 2일. 개소한 지 불과 3개월여 만에 ‘일’을 냈다. 드림라임으로 지원해 새로운 소재 개발 기술 특허라는 성과를 낸 것이다. 현재 특허 출원 상태로 소재가 양산되면서 여자만의 방치된 꼬막 구릉은 말 그대로 ‘보석 구릉’으로 변한다. 신소재는 천연 항균 물질이면서 쉽게는 음식물 포장지 등으로 그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지난해 20억 원 매출에 그쳤던 드림라임은 단순히 소재만 제조해 팔아도 현재 생산능력을 고려할 때 최대 400억 원대의 매출이 추가된다.

선 연구원은 “현재 소재 특허 출원과 함께 음식물 포장지 등 응용 제품 한두 개를 직접 제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며 “기존 항균 물질들은 화학 물질이어서 인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꼬막은 실은 그냥 먹어도 될 정도로 이로운 물질”이라고 말했다.

전남센터 대박의 꿈은 이제 시작이다. 전남센터는 GS그룹이 여수시 덕충동 GS칼텍스 밸류센터를 150억 원을 들여 총 2978㎡ 규모로 만든 국내 최초의 레지던스 창업공간이다. 밤에는 각종 색깔로 변하는 화려한 외관을 자랑한다. 옥외에 다양한 운동시설을 갖춘 것은 물론, 총 4층 규모의 건물 내부는 1~2층 창업지원 특화센터, 3~4층 멘토링 및 보육시설로 꾸며져 있다.

현재 전남센터에는 드림라임 등 9개 중소, 벤처기업이 입주해 있다. 모두 드림라임의 성공에 손뼉을 치면서도 자신들의 일에 바빠 부러워할 시간이 없다. 스마트 염전을 개발하는 에스엠소프트웨어, 건강기능성 음료를 개발하는 좋은영농조합법인 등 각자 센터 지원을 받아 신제품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좋은영농조합법인이 배와 바나나를 젤리 상태로 만든 신제품 ‘이바나나나나’는 내부 평가에서 대단한 호평을 받았다.

사실 중소기업 육성은 전남센터가 추진하는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전남센터는 크게 △청정에너지 기업인 GS그룹과 함께 바이오 에너지 분야 투자와 중소기업 육성을 통한 생태계 조성 △지역 환경을 최대한 활용한 청정 관광자원 발굴 및 상품 개발 △청정 농식품 발굴 및 상품 개발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센터 안내를 맡은 이우승 기업지원팀장은 “현재 각 분야에서 조금씩 그 성과가 나오고 있다”며 “가을 들녘의 여문 벼처럼 수확을 앞둔 것들이 있어 센터 모두가 뿌듯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센터의 ‘최근 활동보고’ 자료에 따르면 센터는 지금까지 125회 농수산 생산·가공 및 귀농·귀촌 창업 육성 지원활동을 벌였고, 125개사를 지원해 이들의 청정 농식품을 GS홈쇼핑 등 GS그룹의 유통망을 통해 국내외로 유통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8일 그동안 지원을 통해 만들어진 상품들에 대해 품평회를 개최했다.

청정 관광 상품도 이미 한 상품에 대해 개발을 끝내고 출시를 위해 마지막 점검 중이다. 센터 측은 이르면 10월 중에는 GS홈쇼핑을 통해 본격적인 판매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홈쇼핑 판매 담당자들의 호평이 이어졌다는 게 센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GS그룹과 센터의 명예를 건 만큼 최상의 ‘명품 청정 관광 상품’을 내놓겠다는 게 센터의 포부다.

500억 원가량을 투자해 추진되는 바이오부탄올 데모플랜트는 사실 전남센터와 GS그룹이 추진하는 지역 바이오 산업 생태계 조성에서 핵심 중의 핵심이다. 여기에 드림라임 등의 바이오 중소·벤처기업들이 하나둘씩 성장해 가도록 지원하겠다는 게 GS그룹과 전남센터의 구상이다. 전남센터는 이에 지난 1일 센터를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회의도 열었다.

이 팀장은 “전남에 바이오 창조·혁신의 뿌리가 깊이 자리 잡도록 센터가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수 = 박선호 기자 sh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