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지역 통행·소음 고통
반올림, 7일부터 시위합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일대에서 벌어지는 집회와 시위는 상식 수준에서 이해할 수 없는 사례가 적지 않다. 최근까지 지하철 2호선 강남역 8번 출구 앞을 지키며 삼성전자 건물을 향해 온종일 꽹과리·징·북·장구 등 악기를 두드리는 이른바 ‘냉장고 아저씨’가 내는 소음은 삼성전자 직원들뿐 아니라 주변 지역에 상당한 고통을 안겨 주고 있다. 행인들도 보도 혼잡과 소음으로 눈살을 찌푸린다.

냉장고 아저씨는 “삼성 냉장고 과열로 불이 나서 사람이 다쳤는데 삼성이 보상도 하지 않는다”는 막연한 문구도 게시하고 있다. 삼성의 과실을 입증할 만한 자료나 주장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소음을 일으키며 보상만 요구할 뿐이다.

번지수를 잘못 찾은 시위도 있다. 지난 7일에는 강원 태백지역 도로공사와 관련, 사찰 스님과 상복 차림의 신도들이 대거 몰려와 삼성물산 앞에서 퍼포먼스를 벌이며 한바탕 시위를 벌였다. 공사 발주처이자 사찰 이전 보상 협상의 주체는 한국도로공사인데 시공을 맡은 삼성물산이 공사를 진행하지 못해 고발한 일을 두고 발끈해서 상경 시위를 벌인 것이다. 삼성물산이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시공사라는 이유로 2012~2013년 시위가 적지 않았고, 최근에도 시위가 있었다. 발주처인 국방부뿐 아니라 시공사를 대상으로 문제 삼아 시위를 벌인 것이다.

삼성전자가 1차로 15조6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한 평택 반도체공장 건설 현장에서 올라온 시위대의 주장도 황당했다. 이들은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 건설 현장 인력과 자재를 평택지역 내 건설기계·자재·장비·인력·식자재를 100% 사용하라고 요구했다. 여기에 현장 출입을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자유 출입증’을 발급하라며 삼성사옥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삼성의 계열사 사장단 회의가 열리는 매주 수요일은 집회나 시위가 정점을 이룬다. 매주 수요일에는 삼성 일반노조가 서초 사옥 앞을 찾는다.

여기에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는 협상 동안 시위를 하지 않았지만 7일 삼성전자가 피해자 가족들로 구성된 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와 보상위원회를 설립하겠다고 밝히자 이에 반발해 다시 시위 행렬에 동참했다.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벌어지는 대부분 시위에서 납득할 만한 데이터와 논리 등의 제시는 없고, 고성과 확성기 소음 및 ‘투쟁’ ‘쟁취’ 등의 현수막이 먼저 걸린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