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가 현재 검정(檢定) 체제인 초·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의 국정(國定) 전환 강행을 사실상 예고하고 있다. 청와대는 7일 고위관계자 입을 빌려 “내주 초 교육부에서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한다는 ‘장관 고시’를 발표할 것으로 안다”며 “여기에는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데 있어 균형잡힌 국사 교과서가 필요하다는 대통령 의지가 반영됐다”고 밝혔다고 한다. 교육부 등이 공식적으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면서도 “당·정(黨政)의 방침은 확고하다”고 거듭 천명하는 배경도 달리 있기 어렵다.

검정을 통과한 현행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8종 대다수의 좌편향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반드시 시정(是正)해야 한다. 심지어 북한의 ‘김일성 전집’에 수록된 김일성의 발언을 자세히 소개하며, 세계의 조롱거리인 ‘김일성 주체사상’을 ‘북한의 실정에 맞춰서 주체적으로 수립한 사회주의 사상’으로 미화하기까지 한다. 그것이 ‘김일성 우상화’의 일환이라는 비판적 설명은 작은 글씨의 주석(註釋)에 마지 못해 짧게 곁들이는 식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이날 “중·고교 역사 교과서들이 출판사별로 일관되게 우리의 역사를 부정하는 반(反)대한민국 사관(史觀)으로 쓰여 있다”며 “좌파적 세계관에 입각해 학생들에게 민중혁명을 가르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해법이 역사 해석까지 정부가 독점하는 식의 시대착오적 국정화일 수는 없다. 지금도 교육부 장관에겐 거의 절대적인 교과서 시정권이 있다. 시정 명령을 거부하면 검정 합격도 취소할 수 있다. 2013년 검정을 통과했던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에 대해 829건의 수정·보완 명령을 내려 관철한 것이 가까운 예다. 그런데도 여전한 좌편향은 교육부의 직무유기 때문이다. 그런 교과서를 두고 교육부는 지난해 1월 “대한민국 정체성, 6·25전쟁, 일제 강점기 미화 및 북한 문제 등 서술 내용을 수정했다”며 학생들의 올바른 인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엉뚱하게 자화자찬까지 했었다.

교육부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역사적 정통성을 확고히 하는 원칙 아래 서술 방향과 기준을 구체적으로 분명하게 적시해야 한다. 집필기준이 현행처럼 12쪽에 지나지 않을 만큼 두루뭉술해선 안 된다. 그리고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교과서는 단호하게 불합격 처리하면 된다. 유엔도 세계 각국에 역사 교과서를 단일화해선 안 된다고 권유한다. 박 정부가 국정화하더라도 다음 정권은 크게 다른 내용으로 개정하거나 검정 체제로의 환원을 추진할 개연성이 크다. 좌편향 역사 교과서 시정의 정도(正道)는 검증 강화임을 재(再)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