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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투자할 돈’배당으로 써
외국인 주주들 주머니 채워줘
“사내유보자금 과세 재검토를”

국내 주요 기업들이 수익성이 갈수록 나빠지면서도 현금배당은 늘리고 있어 미래를 위한 투자 여력을 갉아먹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매겨 현금배당을 유도하는 정부의 정책과 대주주인 공공기관들의 고배당 압력 등 ‘외풍’에 의한 변수가 자리잡고 있어 더 큰 문제라는 분석이다.

문화일보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8일 국내 매출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10∼2014년간 배당 현황을 조사한 결과, 2010년 이후 현금배당을 한 기업 수는 줄었지만, 기업당 평균 배당액은 늘어나고 있다.

현금배당을 한 기업은 2010년 87개 기업에서, 지난해에는 78개 기업으로 9개 기업이 줄었다. 그러나 기업당 평균 배당액은 1219억 원으로, 2010년(1124억 원)에 비해 95억 원이 증가하며 최근 5년 중 최고액을 기록했다. 기업 수익이 늘면서 현금배당액도 함께 늘어나는 것은 정상적이지만, 사정이 그렇지 못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률과 당기순이익률은 5년 중 최저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6.5%, 당기순이익률은 4.7%로 5년래 최저수준이다. 특히 100대 기업 중 당기순이익 적자를 낸 기업이 늘었는데도, 현금배당액도 동시에 증가하는 현상을 보였다. 당기순이익 적자기업은 2010년 2개에서 지난해 9개로 늘었다. 반면, 수익 대비 배당액 수준을 보여주는 배당성향(배당／당기순이익)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들 기업의 배당성향 비율은 2010년 14.0%에서 2012년 11.9%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16.8%까지 치솟았다. 이는 기업들이 수익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오히려 현금배당액을 늘렸다는 의미다.

배당을 늘리는 것은 주주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측면에서 주주 친화적 경영과 주가를 높이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수익이 떨어지는 상황에서의 배당 확대는 기업의 투자 여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대목이다. 장기적 투자 관점에서 경영상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전경련에 따르면 매년 배당액이 늘어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국내 상장사의 총 투자액이 2012년 137조1000억 원에서 2013년 135조4000억 원, 지난해에는 131조3000억 원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기업은 이익 중에서 법인세와 배당 등을 제외한 금액을 연구·개발(R&D) 등 투자에 활용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의 배당 확대는 그만큼 투자 여력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수익이 감소하는 데도 기업 총수 일가나 대주주에 대한 배당을 늘리기 위해 무리하게 배당을 늘리는 기업들의 행태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부에서는 이런 상황을 두고 외국인 지분이 많은 국내 주식시장 특성상 국부 유출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전경련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이익이 배당보다 투자로 유입될 수 있도록 투자 활성화 여건을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기업소득환류세제 등 사내 유보 자금에 대한 과세 정책 등은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