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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숙(51) 씨는 공연 마니아다. 뮤지컬, 연극, 오페라, 국악 등 장르는 크게 가리지 않는다.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려고 시작한 공연 관람. 시작은 한 달에 한 번 딱 5만 원만 쓰는 거였지만, 지금은 한 달에 3~4번을 즐길 정도. 2만 원이면 가능한 연극이나 오페라 마티네(낮 공연)와 10만 원이 훌쩍 넘는 뮤지컬까지 망라한다. 사춘기에 고3이라는 스트레스까지 겹쳐 사사건건 엄마와 부딪치던 딸은 요즘 정 씨의 공연 친구가 됐다. 특히, 화요일 오전 11시에 시작하는 세종문화회관 마티네는 1년치를 한꺼번에 예매해 둘 정도로 선호한다. 연령대가 비슷한 친구 3~4명이 주요 멤버.

세종문화회관에 따르면 마티네 공연은 40~50대 여성이 70% 이상 좌석을 채운다. 김지예 세종문화회관 홍보마케팅 담당은 “중년 여성이 중심이 되는 낮 공연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13년 시작된 세종문화회관 마티네 공연은 정 씨와 같은 ‘아줌마 파워’에 힘입은 흥행상품이다.

여전히 국내 공연 시장을 이끄는 건 주로 20~30대 여성이다. 그러나 마티네 공연의 증가와 확대 현상을 보면 중년의 ‘아줌마 파워’가 판을 바꿔놓고 있는 건 분명하다. 정 씨처럼 ‘나만의 시간’에 갈급해진 50대 여성들이 육아와 자녀 교육 등에서 해방된 후 공연 시장의 한 축으로 부상했다. 이들은 주로 동창회나 동호회, 또는 계 모임의 형식으로 공연 시장에 진입한다. 이러한 수요를 감지한 업계에서는 중년 이상의 여성들을 겨냥해 새로운 공연 시간을 편성하게 된 것. 세종문화회관뿐 아니라 명동예술극장에서도 올해 연극 ‘유리동물원’과 ‘어머니’의 경우 각각 목요일 오전 11시와 수요일 오후 3시 공연을 별도 편성한 바 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