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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30일 오후 8시 서울 마포구 대안연구공동체(사진), 10㎡ 남짓한 방에서 주역(周易) 읊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방문을 열자 7명의 중년 남녀가 보였다. 낮 동안 회사와 작업실에서 시달린 몸을 이끌고 온 이들은 최정준 강사의 지도 아래 주역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남성 4명은 모두 50대. 수강생인 사업가 이강옥(57) 씨는 “사서삼경 등을 뗀 후 주역에 관심이 갔다”며 “50대라 하면 웅크리기 쉬운 나이라고 여기지만 공부할수록 세상에 내 에너지를 더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곳에서는 매주 60여 개의 인문학 강좌가 열린다. 이날도 주역 강독 외에 스피노자의 ‘에티카’, 하이데거의 ‘칸트와 형이상학의 문제’ 등을 배우는 수업 3개가 진행 중이었다. 젊은 층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희끗한 머리에 와이셔츠를 입은 중년 남성들의 모습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김종락 대안연구공동체 대표는 “수강생의 20% 정도가 40~50대 남성”이라며 “매년 그 비중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공부하는 중년 남성의 증가는 대안연구공동체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푸른역사아카데미, 다중지성의정원, 수유너머N 등 크고 작은 인문학 모임은 30대와 여성이 중심이지만 점차 50대 중년 남성도 주요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정연 다중지성의정원 사무국 활동가는 “세미나마다 40∼50대 남성 수강자가 10명 중 1∼2명은 꼭 있다”고 했다.

대산문화재단과 교보문고가 진행하는 ‘교보 인문학 석강’의 경우 40∼50대 직장인이 절반이 넘는다. 회사가 몰려 있는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다는 점도 있지만, 인문학에 대한 중년 남성들의 관심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