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1년 토론회’ 비판 봇물… “유통점포·기업경쟁력 저하”

시행 1년을 맞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이 다시 포퓰리즘적 요소를 띠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거대 사업자를 규제한다는 평등주의적 사고방식에서 출발해 결국 소비자 이익은 물론 단말기 유통점포 고사와 기업 경쟁력 저하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1일 바른사회시민회의와 컨슈머워치가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공동 주최한 ‘단통법 시행 1년, 규제에 갇힌 통신정책 해법을 논하다’ 토론회에서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는 단통법이 후발 업체의 시장 점유율 보호를 중요한 정책 목표로 삼는 데 대해 “포퓰리즘적 요소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애초 단통법이 평등주의적이면서도 온정주의적인 대중 정서에 기대고 있어 합리적인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또 정책적으로 만들어낸 하위 사업자의 도태와 퇴출은 정책 실패로 해석될 수 있는 만큼 단통법 자체가 정치 논리를 띨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했다.

김 교수는 “결과적으로 하위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을 보호하기 위해 1위 사업자의 가격 인하 등 시장 강자의 경쟁적 행동을 막는 것은 소비자의 이익을 해친다”며 “단통법 옹호론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경쟁자를 몰아낸 후 값을 올리는 1위 사업자의 이른바 ‘약탈적 가격 인하’ 가능성도 허구”라고 잘라 말했다. 독점 후의 가격 인상은 자가당착적 행위가 돼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단통법이 소비자 후생뿐 아니라 국민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통 채널 간의 특장점을 무시하고 거의 동일한 가격으로 경쟁하게 해 이동통신사 직영점을 제외한 독립 판매점의 경쟁력이 상실됐다”며 “단통법 시행 이후 지난 8개월간 1040개 독립 판매점이 폐업했지만 이통사 직영점의 비중은 3.1%, 위탁대리점을 포함한 이통사의 지배력 하에 있는 채널은 3.9%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