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50대가 자녀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버리고 자녀 세대의 가치관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25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자녀를 소유하려 하지 말고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50대가 자녀를 인생의 ‘동반자’가 아닌 ‘소유물’이나 ‘책임져야 할 존재’로 생각하는 데서 가족 간의 갈등이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곽 교수는 “대부분의 발달 심리학자들은 50대의 자녀 세대인 20·30대의 성장 과정에 맞는 발달 과업은 부모에게서 독립해 새로운 가정과 직장을 갖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해당 시기에 자녀를 독립시키지 못하는 부모는 자녀 성장에 방해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격변하는 사회에서 젊은 시절 고생을 많이 하며 자란 50대는 자녀에 대해 우려와 걱정이 지나치다”며 “50대가 자녀에 대한 책임과 의무로 힘들어하면서도 자녀를 독립시키지 못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는 50대의 과도한 자녀 사랑에서 기인한 집착이 정작 자녀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고 봤다. 곽 교수는 50대가 자녀를 독립시키지 못하는 심리 상태를 일종의 ‘분리불안장애(separation anxiety disorder)’로 진단했다. 분리불안장애란 애착 대상으로부터 분리될 때, 혹은 분리될 것으로 예상할 때 불안 정도가 일상생활을 위협할 정도로 심하고 지속적인 경우를 말한다.

곽 교수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50대는 자녀 세대를 믿고 그들의 성장 과업을 인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녀가 독립해서 사회 안에서 경쟁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 곽 교수의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50대가 자녀에게 호화 결혼식, 화려한 돌잔치 등 허례허식을 강요하는 것도 집착의 또 다른 형태라고 진단했다.

계선자 숙명여대 가족자원경영학과 교수는 “나의 만족보다는 남의 시선을 더욱 신경 쓰는 50대가 결혼, 출산 등과 관련해 자녀에게 자신들의 가치관을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는 50대는 호화 결혼식을 선호하지만, 자신의 만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20·30대는 작은 결혼식을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소수의 형제·자매 관계 안에서 성장해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강한 20·30대에게 50대의 가치관을 강요하고 힘겨루기를 하다 보면 가족 간의 갈등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계 교수는 50대가 자녀 세대의 가치관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50대와 같은 시기를 살아보지 못한 자녀 세대가 50대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자녀 세대와 같은 시기를 살아본 50대가 자녀를 더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