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배우자 수입 모른다”
15% “돈에 관한 대화안해”

33% “자신 통장 잔고 몰라”
23% “카드 쓰고 돌려막기”
체계적인 재무 관리 못해

맞벌이 부부의 절반 이상이 상대방 수입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직장생활에 익숙한 맞벌이 가정에서도 의외로 재무관리가 취약하다는 증거로 풀이되고 있다.

17일 경기도에 따르면 경기여성능력개발센터가 최근 회원 865명을 대상으로 재무관리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4.4%가 배우자의 수입과 지출 등을 모른다고 답했다.

또 본인(또는 가정)의 재무상태를 묻는 질문에서 자신의 통장에 ‘얼마가 있는지 모른다’는 답변도 33.0%에 달했고, 이어 ‘은퇴설계 등 장기적인 재무계획을 세울 겨를이 없다’(28.0%), ‘필요없는 돈을 많이 지출하고 있다’(23.0%), ‘부부간 돈에 관한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15.9%) 등 체계적인 돈 관리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에서 10명 중 4명은 ‘계획성 없는 소비’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신용카드 등으로 빚을 내 돈을 쓴 뒤 월급으로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는 응답도 23.8%를 차지해 상당수가 무계획적인 소비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계획성 있는 소비생활을 위해 가계부를 쓰고 있다는 사람도 전체의 35.0%를 차지해 대조를 보였지만 아쉽게도 이 중 77.0%는 단순히 지출내역만 적는 수준의 가계관리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응답자 중 15.7%가 ‘저축을 전혀 못하고 있다’고 답해 경제적 여유가 없는 경우도 상당수에 달했다. 저축을 못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기혼자의 경우 ‘자녀교육비와 주택자금대출’을, 미혼자는 ‘적은 월급’을 꼽았다. 그다음으로는 높은 물가, 안정적이지 않은 수입(불안한 고용형태) 순으로 조사됐다. ‘특별히 낭비하지 않는데도 저축이 힘들다’고 답한 사람은 무려 57.3%에 달해 현대인의 각박한 삶을 암시했다.

한편 재무관리를 못해 큰 손해를 본 경험으로는 ‘주식, 펀드 투자로 손해’가 38.2%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경력관리를 잘못해 실직’ 26.7%, ‘사업을 섣불리 하다 실패’ 14.1%, ‘부동산 투자로 실패’ 10.9% 순으로 나타났다.

정영기 아주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맞벌이 가정이 날로 증가함에 따라 그 부작용으로 부부간의 친밀감과 여유가 없어진 것”이라며 “재무적 무관심과 과소비는 과중한 스트레스와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관찰되는 일종의 병리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수원=송동근 기자 sd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