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상생합시다’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김대환(왼쪽 두 번째) 노사정위원회 위원장, 박병원(왼쪽)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동만(〃 세 번째) 한국노총 위원장,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일반해고 배제’勞 주장에
崔부총리 “꼭 포함돼야” 밝혀
勞에 기득권 내려놓으라 압박

근로기준법 등 5대 입법 과제
노사정 합의 상관없이 추진

野서 선진화법 무기 반대하면
국민에게 직접 지지 호소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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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1일 노동계와 경제계에 노동개혁에 대해 조속한 결단을 내려 달라고 요청한 것은 노사정 합의가 안 될 경우 독자적으로 노동개혁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정부는 ‘청년 고용 절벽’ 해소를 위해서는 더는 노동개혁을 미룰 수 없다고 보고, ‘국회선진화법’을 무기 삼아 야당이 입법에 반대하면 국민에게 직접 지지를 호소해서라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11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노동개혁 향후 추진 방향 발표문’을 통해 밝힌 내용의 핵심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 합의를 가로막은 ‘최대 장애물’인 일반 해고 및 취업 규칙 변경요건 완화에 대해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 부총리는 이날 “업무 부적응자에 대한 공정한 해고를 위한 기준과 절차는 반드시 노동개혁에 포함돼야 한다”며 “내년부터 60세 정년제 시행으로 청년 고용 절벽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의 기준과 절차도 명확해져야 한다”고 분명히 못 박았다.

그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일반 해고 및 취업 규칙 변경요건 완화를 중장기 과제로 돌리자’는 노동계의 주장에 대해 “정부는 그것을 중장기 과제로 돌려서 안 하겠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일반 해고 및 취업 규칙 변경요건 완화를 포함하지 않은 노사정 합의란 있을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부와 노사정위의 관계도 분명하게 정리했다. 노사정위는 노동개혁과 관련된 ‘큰 규범’에 대해서 노사정 간에 합의하는 기구인 반면, 입법이나 예산 지원 등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근로기준법, 기간제근로자법, 파견근로자보호법,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 ‘5대 입법 과제’와 취업 규칙 변경을 위한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하고, 업무 부적응자에 대한 해고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해주기 위한 ‘2가지 지침’을 고치는 작업을 노사정위의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추진하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최 부총리는 또 “노동개혁이 정부가 제시한 협상 시한인 9월 10일을 넘겨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내년 예산안은 11일 국회에 제출돼 노동개혁 예산을 반영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내년 예산안을 국회에서 심의하는 과정에서 노동개혁 예산을 집어넣기 위해서는 다른 예산이 대규모로 삭감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사정인 까닭에 정부는 지금이라도 노동계가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과감한 결단’을 내려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정부가 다음 주 초 입법을 위한 당정 협의를 시작하기 전에, 이번 주말이라도 노사정 합의가 이뤄지면 그 내용을 입법 과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우리가 무작정 입법 절차를 시작도 안 하면서 (노사정 합의를) 기다릴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당장 내년에 60세 정년제가 시행되면 청년들이 대규모 실업 상태에 내몰릴 것이 뻔한 상황에서 정부가 노동개혁을 노사정위에만 맡겨놓고 있다면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며 “지금 노동개혁을 하지 않고는 우리 아들 딸들의 미래가 없다는 점을 국민이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야당도 노동개혁 입법에 동의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해동·박수진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