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 관련 과세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데는 수입차 등 고가 차량 확산에 따른 조세 형평성 논란이 한몫하고 있다. 특히 1억 원대 이상 차량의 법인 구매율이 80%를 웃도는 가운데 고가 차량의 법인 구매가 절세 ‘꼼수’의 통로로 악용되자, 정부와 국회가 관련 법 손질에 나선 상황이다.

7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등에 따르면 지난 2002년 최초로 판매 점유율 1%를 넘어선 수입차 시장은 10년 만인 2010년 10%를 돌파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 16.57%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 같은 상승세에는 잘못된 세금 제도로 인한 거품이 껴 있다는 비판이 최근 거세게 일고 있어 수입차 업계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개인적으로 이용할 고가 수입차를 법인용 차량으로 구매한 뒤 회사 비용 처리를 통해 절세 효과를 누리는 ‘무늬만 회사차’가 대표적인 논란거리다. 실제 수입차 시장의 고속 성장은 법인 구매가 이끌어온 것으로 분석된다.

KAIDA 자료를 보면 지난해 판매된 수입차 총 19만6359대 가운데 법인 구매는 7만8999대로 40.23%를 차지했고, 차량 가격이 높아질수록 이 같은 현상은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1억 원이 넘는 수입차의 법인 구매 비중은 83.2%, 2억 원 이상 수입차 비중은 87.4%에 달했다.

‘무늬만 업무용’은 수입차에 국한된 상황이 아니다. 국산차 역시 5000만 원 이상 차량의 경우 법인 판매 비중은 53.9%로 나타났고, 1억 원가량의 에쿠스는 법인 판매 비중이 77.0%에 달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8월 6일 발표한 세법개정안을 통해 업무용 승용차의 비용인정기준을 세부화하기로 했다. 세법개정안에 담긴 ‘업무용 승용차 관련 비용 인정 기준’에는 업무용 승용차를 운영하며 들어간 지출을 전액 비용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탈·부착이 불가한 사업자 로고를 붙여야 한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이 최근 추진하는 ‘지방세법 일부 개정안’도 자동차 조세 형평성에 초점을 맞춘 경우다. 자동차세를 배기량이 아닌 자동차 가액 기준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이 개정안은 현재 비슷한 자동차세를 내고 있는 2000㏄급 국산차와 수입차의 세금 차이를 3.5배 이상으로 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자동차세의 제도적 허점을 줄여 ‘비싼 차가 세금을 덜 내는’ 조세 불공정은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