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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유전자
차범근-차두리(축구·왼쪽 사진), 허재-허웅-허훈(농구), 안재형-안병훈(골프·오른쪽) 등은 잘 알려진 ‘부전자전’ 스포츠 스타들이다. 차두리(FC 서울)는 부친 차범근 전 SBS 축구 해설위원의 뒤를 이어 축구 국가대표로 활약했고, 허웅(동부)-허훈(연세대) 형제는 ‘농구대통령’ 허재 전 KCC 감독의 피를 이어받아 가드로 활약하고 있다. 안재형 탁구 국가대표팀 코치의 아들 안병훈은 지난 5월 유럽프로골프투어 메이저대회인 BMW챔피언십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해외에서도 대를 이어 활약하는 스타 선수들이 많다. 프랑스 축구의 전설 지네딘 지단(레알 마드리드 2군 감독)의 아들 엔조는 아버지와는 감독-주장으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미국프로농구(NBA)의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아들도 아버지를 꼭 빼닮아 1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벌써 명문 대학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있다.
스포츠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타고난 능력이 중요할까? 아니면 후천적인 노력이 더 필요할까? 과연 부모에서 자식으로 대물림되는 ‘스포츠 DNA’는 존재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과학적 해답은 ‘액틴3(ACTN3)’라는 DNA에서 찾을 수 있다. 액틴3는 소위 ‘금메달 유전자’로 불린다. 2003년 유전자 과학자들이 올림픽의 단거리와 장거리 육상 선수들을 대상으로 건강 및 근육 활동과 관련한 연구를 하던 과정에서 존재를 확인했다. 액틴3는 지금까지 200여 개의 종류가 확인됐다. 최근까지 과학자들은 액틴3에 대한 심화 연구를 계속해왔다. 그 결과 아시아인들의 경우 액틴3 유전자를 부모 양측으로부터 모두 물려받은 ‘AA’형이 15%, 부모 중 한쪽으로부터만 물려받은 ‘AB’형이 60%, 그리고 어느 쪽으로부터도 물려받지 않은 ‘BB’형이 25% 정도인 것으로 확인됐다.
레슬링, 유도, 사이클, 체조 등의 선수들에게서도 이 같은 구성 비율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AA형의 유전자를 지닌 선수가 그렇지 않은 선수들보다 운동 능력에서 다소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특정 종목에선 일반인들 중 4분의 1을 차지하는 ‘BB’형이 1명도 없었다. 근력과 지구력을 필요로 하는 선수 선발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선택’이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금메달 유전자 액틴3에 대한 유전자 연구는 해외에서 특히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유전자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고, 중국은 정예 메달리스트를 육성하는 데 유전자 연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내는 사정이 좀 다르다. 아직은 윤리적인 문제로 유전자 검사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어린 꿈나무들을 유전자로 미리 진단하고 가능성을 판단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유전자 검사 방식의 효율적인 적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도움말=민석기 한국스포츠개발원 박사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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