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체코 프라하의 스트라호프수도원 신학도서관. 로코코 양식이다. 사회평론 제공

세계의 도서관 / 제임스 W. P. 캠벨 지음, 윌 프라이스 사진, 이순희 옮김／사회평론

전자책이 곧 종이책의 종말을 가져올 것이란 전망이 연이어 나오지만, 아직 뚜렷한 변곡점이 보이진 않는다. 어느 나라고 종이책 판매량은 여전히 늘어나는 추세다.

어느 문명권이건 그 수준을 가늠할 때 도서관은 첫째 지표가 된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보관하는 장소 이상의 역할을 했다. 인류의 역사에서 도서관 건물과 그 디자인은 책을 읽는 행위와 배움의 중요성을 알리면서 개인이나 기관, 민족이 보유한 문화의 상징이었다. 이 책은 도서관의 역사, 더 정확하게 도서관 건축물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책만의 역사를 다룬 책들은 적지 않았지만, 도서관 건축의 역사를 본격적으로 다룬 저서는 이 책이 처음이라고 한다.

저자 캠벨은 영국 케임브리지대 퀸스 칼리지 건축사와 예술사 교수이다. 건축의 역사이다 보니 사진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사진은 국제적인 명성의 사진가 윌 프라이스가 맡았다. 두 사람은 전 세계 21개국 82개의 도서관을 방문해 각 도서관의 탄생 배경과 역사, 도서관 건물의 건축학적 의미를 기록했다. 그중에는 평시에 일반인에게 공개하지 않는 인류의 보물급 도서관도 여럿 된다. 하드커버로 일반 주간지보다 큰 판형에, 32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에는 300여 점의 컬러사진과 도판이 들어있다. 사진집이라 해도 무방할 만큼 압도적인 사진들로 가득해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책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시대의 최초의 도서관부터 고전시대의 사라진 도서관과 중세의 수도원도서관들, 로코코 시대의 화려한 도서관과 현대의 기념비적인 도서관들에 이르기까지, 도서관 건축물의 발전사를 통해 인간과 책 사이의 관계가 어떤 변화를 이루어왔는지를 조명한다. 어느 건축물이나 그렇듯, 도서관은 건축 당시의 사회정치적 의도나, 도서관을 지은 개인이나 조직의 야망을 품고 있다. 예컨대 모스크바의 레닌도서관(현재 국립도서관) 건물은 갓 태어난 공산주의 국가의 지적 허세를 상징하듯 만들어졌고, 거대한 레닌 동상인 열람석을 굽어보고 있다. 물론 대개 현대의 공공도서관들은 시민을 배려하는 자비로운 형태를 띤다.

18세기까지만 해도, 대표적으로 로코코 양식의 도서관들은 만들어지는 모든 책을 서가에 비치하는 게 꿈이었다. 방문객이 정중앙에 서면 세상에 알려진 모든 책이 책장에 꽂힌 것을 볼 수 있는 도서관을 지향했다. 하지만 인쇄 기술의 발달로 출판량이 늘어나면서 건물 전체를 도서관으로 만들어도 책을 감당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로코코 시대의 도서관 양식은 여전히 도서관의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의 도서관에는 한국의 도서관도 하나 포함돼 우리의 자존심을 지켜준다. 바로 팔만대장경 목판이 보관된 해인사 장경판전이다. 책은 중세의 도서관 중 해인사 장경판전을 맨 앞에 소개하고 있다. 책은 “장경판전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 문화유산”이라고 소개하고 “세계적으로 훼손되지 않은 채 남아있는 몇 안 되는 고대 도서관 중 하나로 손꼽힌다”고 평가했다. 또 그 보존 방법과 통풍 등 건축의 뛰어난 과학성을 소개하고, 구텐베르크의 활판 인쇄술이 탄생하기 440년 전인 고려에 인쇄용 목판이 있었다는 것은 고려의 기술과 문명이 유럽보다 정교했음을 암시한다고 적고 있다.

엄주엽 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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