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등 노동계가 정부의 저성과자 해고 논의에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경영계는 신규 일자리 창출과 기업 및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 요건 완화가 필수불가결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20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의 입장과 해고 관련 법원 판결을 종합해 보면, 저성과자를 포함한 일반 해고의 경우 해고 요건 해당 여부에 대한 판단의 일관성이 없어 사실상 해고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일례로 회사 업무평가에서 4년 연속 최하위 평가를 받은 직원은 저성과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반면 2회 연속 최하위 평가를 받은 직원은 저성과자 선정이 타당하다는 판결이 있었다. 또 거래처 및 내부 직원들과의 잦은 충돌과 근무태만 등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에도 비위행위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도 있었다. 이처럼 해고 요건이 불명확한 데다, 노조 반발 등으로 일단 고용하면 업무능력이 부족해도 해고가 어려운 탓에 기업들은 당장 인력이 필요해도 쉽사리 신규 채용에 나서기 어렵다.

이에 따라 경영계는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경우 해고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 등을 개정해야 기업들이 일자리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저성과자 해고가 쉬워지면 경영상 해고와 같은 대규모 구조조정의 필요성도 낮아질 수 있다. ‘해고 자유의 원칙’이 있는 미국은 물론 전통적으로 고용보호 수준이 높은 독일, 프랑스 등도 최근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해고 관련 규제 완화에 앞장서고 있다. 독일은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절차를 완화하고 해고보호법 적용 제외 사업장을 확대했고 프랑스도 경기 침체 시 근로시간과 급여를 감축할 수 있도록 했다.

경영계는 대다수 선진국이 사업상 필요성, 인원 삭감 필요성 등 경영합리화가 필요한 경우 폭넓게 경영상 해고를 허용하고 있는 만큼 기업회생, 일자리 창출이라는 경영상 해고 제도의 취지 달성을 위해 현행법상 해고 요건을 ‘경영합리화의 필요’ 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총 관계자는 “극심한 노동시장의 양극화 구도 역시 해고 요건 완화 등으로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를 줄여야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