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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도발로 전면전이 발발할 경우 미군 병력 69만 명을 포함한 대규모 증원전력을 한반도 전선에 투입한다는 한미연합사령부의 ‘작전계획(작계) 5027’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군 안팎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2012년 1월 미 국방부가 새 국방전략지침에서 약 10만 명의 지상군 감축 계획을 발표한 데다 미 의회의 시퀘스터(연방정부 예산자동삭감)에 의해 지상군 전력이 더 감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작계가 현실적으로 물 건너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게다가 한국군은 미국의 군사 전략 변화와 동떨어진 채 현재 상비군 63만 명을 2030년까지 52만2000명으로 감축하겠다는 국방개혁 2030을 추진 중이다.

◇미 69만 명 파병 실현 가능성 있나=유사시 미군의 한반도 전쟁 수행 관련 1급 비밀문서인 작계 5027은 앞으로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안보시민단체인 자주국방네트워크 신인균 대표는 20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전쟁 발발 시 69만 명의 병력을 90일 만에 투입하려면 미 대통령이 신속히 국민총동원령을 내려 예비군까지 동원해야 가능한 병력”이라며 “현재 미군 병력이나 미국민 여론을 고려할 때 현실성이 떨어지는 불가능한 숫자”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또 “미 항공모함 수가 감소한 것 등을 고려할 때 계획에 따라 5척 파견은 불가능하며 항모 2∼3척 정도와 일본 오키나와(沖繩) 주둔 제31해병원정부대(2200명)와 미 본토의 3군단(5만 명)등 1∼2개 사단 규모를 파견, 전체 20만 명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상군 투입 꺼리는 미국=미국인 4400여 명이 희생되고 1조7000억 달러의 천문학적 비용이 투입된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미국민의 지상군 파병 반대여론이 커진 것도 부담이다. 2012년 5월 미국 시카고국제협회가 1877명의 미국민을 대상으로 ‘북한이 한국을 침공했을 때 미국이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반대(56%)가 찬성(41%)을 훨씬 앞서면서 미군의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이라크전·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겪은 뒤 버락 오바마 미 정부의 해외 군사전략은 지상 전투는 해당국에서 수행하는 대신 군수·정보 등을 측면 지원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 중동·우크라이나사태 등에서 보듯 미군의 직접 개입 대신 동맹국과 연계된 신속대응군을 투입하는 방향으로 급변했다는 의미다.

◇미 전략변화와 따로 노는 국방개혁 2030=미군은 기존의 사단 대신 경량화된 전투여단 위주로 부대를 재편하는 전력구조개편과 해외 붙박이 지상군(보병 상비병력)을 해체하고 신속대응군인 순환배치군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급속하게 진행하고 있다. 7월 2일 해체된 주한 미2사단 핵심전력인 제1기갑전투여단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들어 가속화 페달을 밟고 있는 미군 감축은 사실 오래전부터 예고돼 왔음에도 노무현정부 때 시작된 한국군 감축안은 기본 골격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노무현정부는 병력 감축 및 군복무기간 단축 방안인 국방개혁 2020을 추진하며 병력을 50만 명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 들어 국방개혁 2020의 전제인 국방예산 연평균 7.2% 증액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데다 북한의 위협 증가를 이유로 목표달성 시한을 연장하긴 했지만 주로 육군을 대상으로 한 감축계획을 추진 중이다.

국방부는 현재 상비군 63만 명을 2030년까지 52만2000명으로 10만여 명 감축하는 국방개혁 2030을 최근 발표한 바 있다. 지상에서의 전투는 사실상 한국군이 전담해야 하는 게 엄연한 현실인데 한국군 상비군 병력을 연간 평균 1만 명씩 2030년까지 10만여 명 감축하는 것은 전면전 도발 시 북한군을 궤멸시키고 통일을 이룬다는 작계 5027의 목표와 어긋난다.

◇작계 5027과 안보전략의 실책=작계 5027은 1974년에 처음 작성됐다. 미군은 한국의 중심인 서울이 휴전선에 너무 근접해 있어 방어에 어려움이 많다고 판단, 강력한 전투력을 지닌 미2사단을 서울 북쪽 북한의 침공 루트 상에 배치했다. 주한미군은 1991년 12월까지 전방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노태우정부 시절인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합의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요구로 모두 철수됐다. 김성만 전 해군작전사령관은 “당시 핵무기 철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미국은 증원전력 규모를 69만 명으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속임수에 놀아나 한국은 핵무기를 철수시킨 대신 북한은 핵무기 개발에 성공해 실전배치를 앞두고 있는 핵무기 역전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을 계산하지 못한 전략적 실책으로 지적된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