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사실상 해체 지난 7월 2일 경기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에서 열린 기갑전투여단 순환배치 임무 교대식에서 미군 장병과 가족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美 마지막 남은 기갑전투여단
지난달 해체뒤 순환배치 전환
주한미군 해·공군 위주 대개편

세계 해외미군 재배치 전략에
美 자동예산 삭감 등도 영향

美 2사단 그간 인계철선 역할
보병 평택 이전하면 의미 퇴색

김성만 前 해군작전사령관
“北 WMD위협 점증하는 와중
미군감축 중·장기 대책 필요”

한국 주둔 70년째인 올해 주한미군이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주한 미8군의 핵심인 미2사단 병력의 순환배치군 전환이 급진전됨에 따라 주한미군 내 ‘붙박이 지상군(보병 상비병력)’ 수는 거의 제로 상태가 됐다. 1945년 9월8일 존 하지 중장이 이끄는 미 육군 제24군단 예하 제7사단 병력이 인천항에 상륙한 지 70년 만의 큰 변화다. 내년부터 주한미군의 대이동이 가시화된다. ‘인디언 헤드’ 마크의 미 제 2사단은 이름만 유지하면서 성격은 전투사단에서 지휘·행정·정무 중심의 행정지원사단으로 전환됐다. 이미 7월 2일 제2보병사단의 3개 보병전투여단 중 마지막 남은 4600명 규모의 제1기갑전투여단(일명 강철여단)이 한국 주둔 50년 만에 해체되고 순환배치군으로 전환됐다. 9월 2사단 예하 제2공병대대 400명도 해체된다. 순환배치군인 95공병중대·59기동중대·74다목적가교중대 등 3개 공병중대가 다음달 캠프 험프리에 도착한다. 지원부대인 공병대대의 순환배치군 전환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신속기동군으로 재편 등 미국의 전 세계 미군 재배치 전략과 한·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따른 조치이지만 한국의 독자적인 전력 강화를 위한 큰 숙제를 던지고 있다는 평가다.

◇70년 만에 대전환기 맞은 주한미군 = 9000명 규모의 미 공군과 대구의 19지원사와 용산에 남을 100여 명 규모의 한미연합사령부 지휘부를 제외하고 내년부터 경기 평택 주한미군사령부로 대거 이전한다. 이전 병력은 전체 2만8500여 명 중 1만6000∼7000여 명에 이를 전망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19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노무현정부 시절 필요하면 언제든지 주한미군의 한반도 외부 이동이 가능한 ‘전략적 유연성’에 너무 쉽게 합의함으로써 주한미군, 특히 육군의 한반도 출입이 자유롭게 됐다”고 말했다.

전 세계 해외 미군 군전력구조 개편(transformation)과 시퀘스터(연방정부 예산자동삭감)로 미 육군 병력이 대폭 감축됨으로써 미군은 가장 격렬하고 불확실한 시기를 맞고 있다. 2022년쯤 주한미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의 한국군 전환도 주한미군의 향배를 가늠할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동맹은 예측하기 힘든 도전 직면 = 미2사단의 행정사단 전환은 전투병력의 지속적 약화를 의미한다. 1965년부터 한국에 주둔해온 제1기갑전투여단은 전차와 장갑차 등을 보유한 최강의 기계화보병으로 주한미군 병력의 15%를 차지한 주력이었다. 제1기갑전투여단 해체는 미 붙박이 지상군 체제의 종식을 상징한다. 이를 대체할 순환배치군은 9개월마다 세계 어디든지 이동할 수 있는 ‘신속기동체제군’이다. 필요하면 언제든지 어디든 갈 수 있는 부대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미군은 2사단 제1기갑전투여단 장비를 그대로 두고 갔으며, 미국 텍사스 주둔 제1기갑사단 제2기갑전투여단이 임무를 교대해 병력 감축과 전력 공백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전력 공백이 우려되는 이유다.

이미 서부전선에서 한국군 기갑전력을 커버해온 핵심전력인 미2사단 예하 3개 전투여단 중 제3전투여단이 1991년 미국 본토 포트루이스로 철수해 돌아오지 않고 있다. 2004년 노무현정부 시절 도널드 럼즈펠드 당시 미 국방장관이 제2전투여단을 이라크로 전속시킨 뒤 미 본토로 재배치했다.

북한 기계화부대가 서울로 접근할 경우 주야간 격파 능력을 갖춘 미2사단 예하 아파치 헬기대대 20여 대는 2009년 미국으로 철수한 뒤 지금은 20여 대만 남아있는 상태다. 미2사단 전력은 25년여에 걸쳐 점차 약화됐으며 현대화된 한국군이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

◇미2사단 인계철선(引繼鐵線) 기능 유지하나 = 미2사단이 그동안 북한군의 남침통로인 경기 동두천 의정부 지역에 주둔한 첫 번째 이유는 인계철선 역할 때문이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는 미군의 즉각적인 참전 약속조항이 없다. 미국은 ‘자동 참전’을 보장하기 위해 미2사단을 남침통로 상에 둔 것이다. 북한군 저지임무를 수행함과 동시에 북한 장사정포 사거리 안에서 전투를 수행하도록 했다. 미국 대통령의 비상조치권은 미군이 직접 공격을 받는 경우로 국한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한·미 양국이 지난해 미2사단 포병여단인 201화력여단을 한강 이북 동두천에 잔류시키기로 결정한 것은 대북 억지력 외에 인계철선 유지와도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미2사단의 핵심인 제1전투여단이 해체돼 순환배치군마저 내년 평택기지로 이전할 경우 인계철선 의미가 상당 부분 퇴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한 미 지상군 철수 논란 = 미 연방정부의 시퀘스터가 2016년부터 적용되면 주한미군 병력의 숙련도와 준비태세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것이란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육군협회 지상군연구소는 지난해 8월 주한미군 관련 보고서에서 “한국과 같은 전방지역에서 시퀘스터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것”이라며 “앞으로 주한미군이 높은 수준의 숙련도와 준비태세를 유지할 수 있느냐가 과제”라고 밝혔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 미군사령관도 지난해 3월 미국 상원위원회 증언에서 “(시퀘스터의 영향으로) 한반도 유사시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연합군사방위 역량을 끌어올릴 증파 병력의 준비태세가 미흡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성만 전 해군작전사령관은 “북한의 점증하는 대량파괴무기(WMD) 위협으로 주한미군 병력은 당장은 변동이 없겠지만 중·장기적 감축을 예상해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의 전·평시 한반도방어 10대 임무를 2004∼2008년 한국군이 모두 인수함에 따라 주한미군 주둔 명분이 약화해 이 기간 약 1만 명이 한국을 떠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김 전 사령관은 “미국은 2007년 한국의 요구에 따라 사실상 한미연합사령부 해체로 귀결될 전작권 전환에 합의할 당시 지상군 대신 해·공군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며 “2002년쯤 전작권 전환 이후 주한 미 지상군의 주둔 명분이 상실돼 전면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미연합사 고위 관계자는 “미8군의 핵심전력인 미2사단 철수는 현재로선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정충신·인지현 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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