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관계자도 우려 표명
“교체부대, 지형 숙지 안돼
전투력 차이 나는 건 사실”

미군 육군 병력 감축과 이에 따른 주한미군 전력 약화가 북한의 오판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주한미군 역사에서 처음으로 붙박이 지상군(보병 상비병력)이 ‘제로 상태’에 놓이면서 물리적·심리적 전투력의 약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북한은 이 같은 흐름이 전시작전권 전환 후 주한미군 철수로까지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최근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 등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오판이 한층 과감한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주한미군의 핵심 지상 전력이었던 제2보병사단 제1기갑전투여단(일명 강철여단)이 해체되면서 실질적인 전투력 약화에 대한 경고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19일 “전투지역에 상주하는 부대와 주기적으로 교체되는 부대의 경우 지역 지형에 대한 이해도나 훈련 숙련도가 같을 수 없어 전투력에도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이 사실”이라며 전투력 약화 가능성을 일부 인정했다. 이뿐만 아니다. 김열수(국제정치학) 성신여대 교수는 이날 “순환배치군 전환으로 주한미군의 물리적 전투력에 설사 큰 변화가 없다 하더라도 이들의 심리적 전투력 약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도 지적했다. 김 교수는 “9개월간의 한국 근무 후 다시 떠나야 하는 주한미군 입장에서는 전투에 대한 심리적 대비 태세가 약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경고는 미국에서도 최근 제기된 바 있다. 레이 오디어노 미 육군참모총장은 지난 7월 17일 미군 육군 병력 규모가 감축되는 것과 관련, “잠재적 적국들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면 이들이 오판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대표적 사례로 북한을 지목했다. 오디어노 총장은 병력 감축으로 주한미군의 대응능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인식이 형성되는 데 우려를 표명하고 “이는 잠재적 적국들을 대담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주한미군 전력에 공백이 생겼다고 판단, 기습적인 군사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김성만 전 해군작전사령관은 “북한이 주한미군 문제를 단순한 군 전력 손실이 아닌 한·미 동맹 약화로 판단할 경우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고 경고했다. 북한이 한반도 상황을 오판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체제 들어 대남 도발 위협이 점증하고 있다는 면에서 파장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