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사고 흔적 덮기? 인천해양경비안전서 관계자들이 19일 예인선을 동원해 충돌 사고를 일으킨 공기부양정을 인천 중구 운북동 인천해경특공대 기지로 이동시키고 있다. 인천해양경비안전서 제공

海警, 환자 이송 출동하다 충돌
과실·장비불량 여부 정밀조사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가 100억 원 이상의 혈세를 들여 도입한 최신 공기부양정이 응급환자 이송 요청을 받고 출동하다가 환자도 못 구하고 정박 중인 선박만 들이받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일으켰다.

19일 인천해양경비안전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46분쯤 인천 중구 영종도 삼목선착장 앞 1㎞ 해상에서 200인승(87t급) 해경 공기부양정 H-09정이 바다에 정박해 있던 세종해운 소속 차도선 세종3호(319t)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공기부양정에 타고 있던 경찰관 11명 가운데 2명이 팔 골절상을 입는 등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또 공기부양정은 선수 좌측 부분이 크게 파손되는 등 자력 운항이 불가능한 상태다.

해경은 사고 직전인 이날 오전 4시 17분쯤 중구 무의도 주민 박모(28) 씨가 지병인 당뇨병으로 의식이 혼미하다는 신고를 받고 중구 운북동의 인천해경특공대 기지에서 H-09정을 긴급 출동시켰으며 기지에서 5㎞ 떨어진 해상에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기부양정과 충돌한 세종3호는 삼목선착장과 신도, 장봉도 사이를 오가는 차도선 3척 중 1척이다. 평소에는 해상에 정박하고 있다가 여객과 차량 수요가 많을 때만 운항한다. 세종해운 관계자는 “세종3호가 선미 쪽에 피해를 보기는 했지만 철선이어서 운항에 지장을 받을 정도의 피해는 입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어떻게 1년 내내 같은 해상에 정박 중인 차도선을 들이받는 사고가 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해경은 사고 당시 해상에 안개가 끼지 않았고 세종3호 이외에 별다른 지장물이 없었던 점 등을 근거로 정장 박모(55) 씨를 포함한 탑승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과실, 장비불량 여부 등을 정밀 조사 중이다.

사고가 난 H-09정은 해경이 보유한 8대의 공기부양정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지난해 12월 120여 억 원을 들여 도입했다. 세계에 단 3척밖에 없으며 아시아권에선 한국이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다.

인천 = 이상원 기자 y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