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개혁 촉구 10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롯데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대기업 지배구조 개혁을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하종 기자 maloo@

계열사 지분 보유 공익재단
공익사업비 수익의 18%뿐
수익 비해 적은 액수만 사용

각계 반응 호의적이지 않아
“사회공헌 업그레이드 필요”

롯데는 중국, 동남아 등에 해외진출을 꾀하고 있긴 하지만 전형적인 서비스산업 중심의 내수기업이다. 떠밀리긴 했지만, 신동빈 그룹 회장조차 “매출의 95%가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한국 기업’임을 강조했다. 쇼핑만 해도 지난 3월 기준으로 백화점 31개, 아웃렛 14개, 슈퍼마켓 442개, 영화관 75개가 말해 주듯 국민 소비생활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자산총액 93조4000억 원, 80개 국내 계열사를 갖춘 재계 5위의 금융·산업복합 대기업 그룹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이에 걸맞게 사회에 이바지하고 있을까에 대한 소비자나 사회 각계각층의 반응은 ‘애석하게도’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이런 와중에 핵심 계열사 지분을 다량으로 갖춘 그룹 공익재단이 수익 중 일부만을 공익사업비에 쓴 것으로 나타나 사회공헌활동 의지가 미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번 경영권 분쟁 사태를 계기로 재계 위상에 걸맞게 사회공헌의 질과 양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10일 기업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와 롯데재단 감사보고서 등을 보면, 지난해 기준 롯데장학재단은 핵심 계열사인 롯데제과 지분을 8.69%나 보유했다. 또 대홍기획(21.0%), 롯데칠성음료(보통주 6.28%·우선주 5.12%), 롯데역사(5.33%), 롯데푸드(4.10%), 롯데정보통신(0.94%), 롯데캐피탈(0.48%)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롯데가 대주주인 BS금융지주 지분(2.46%)까지 합하면 롯데장학재단이 소유한 9개 종목 주식 가운데 8개가 롯데 관련 회사로, 시세가 약 5877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공익사업비는 수익에 걸맞지 않게 적다. 롯데장학재단은 2013년 154억 원의 목적사업비(장학금 지급, 사회복지사업 지원 등 재단설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를 2014년 144억 원으로 줄였다. 반면 같은 기간 이익 잉여금은 8억458만 원에서 14억9623만 원으로 늘어나는 등 자본 규모가 약 1505억 원에서 1512억 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전입금 144억 원과 배당 47억 원, 이자 34억 원 등 246억 원의 수익을 올린 롯데장학재단은 144억 원의 목적사업비 중 100억 원을 롯데그룹의 또 다른 공익재단인 롯데복지재단의 출연금으로 썼다. 이를 빼면 롯데장학재단이 공익사업을 위해 직접 쓴 돈은 수익의 18%인 44억 원에 불과했다. 롯데장학재단의 수익금을 끌어쓴 롯데복지재단은 지난해 수익 37억 원 중 목적사업비 비중이 32.4%에 불과했다. 롯데삼동복지재단의 목적사업비는 수익 32억 원 중 16억 원이었지만 이 역시 49.6%로 수익의 절반을 넘지 않았다.

지난해 기준 10대 그룹의 기부금 액수 가운데 롯데는 492억 원으로 7위, 매출액 대비 비중으로는 6위를 차지했다. 롯데그룹 수익의 알토란인 호텔롯데의 롯데면세점의 경우 지난해 3분기에 2조8612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앞서 롯데면세점 본점의 경우 2011년 1조229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도 1993년 개정 이후 한번도 바뀌지 않은 정부의 특허수수료 덕분에 연간 수수료로 90만 원을 냈다가 국정감사 때 도마에 올랐다.

이민종·이근평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