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계 쓰지 않은 전관변호사
전화 1통으로 거액 챙기기
서울변회, 금지 입법청원 추진
위반시 처벌 조항도 신설

변호사단체가 전관예우 관행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는 ‘전화 변론’ 근절책을 추진하기로 해 주목된다. 특히 ‘전화 변론’ 금지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처벌 조항까지 담은 법안을 마련, 국회에 입법도 요구할 방침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한규)는 변호사법에 위임장을 제출하지 않은 변호사가 전화 등을 통해 사건을 대리하는 것을 금지하고, 위반 시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포함하는 입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5일 밝혔다. 현행 변호사법은 ‘변호사는 법원이나 수사기관에 변호인 선임서나 위임장 등을 제출하지 않고는 사건에 대해 변호하거나 대리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검찰이나 법원 출신 전관 변호사들이 정식으로 선임계를 내지 않고 전화 등을 통해 변호하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으면서 전관예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변회가 이처럼 강력한 입장을 밝히고 나선 것은 그동안 퇴직 직전 근무한 법원·검찰청 사건을 1년 동안 수임하지 못하도록 한 ‘전관예우 방지법’ 등 만으로는 ‘억대 수임료’ 설이 나돌던 전화 변론까지 막을 수 없고, 이로 인해 전관예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한규 서울변회 회장은 이날 “현행법으로는 전관 변호사들이 선임계 없이 변론한 게 알려지더라도 과태료 선으로 징계가 결정된다”며 “수천만 원에 달하는 수임료를 받았는데 과태료로 100만 원 정도만 내도 되는 현재 시스템에서는 전화 변론을 통한 전관예우를 근절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전화 변론은 겉으로 보기에는 정식으로 사건을 맡는 것이 아니므로 (수임료로) 얼마를 받았는지 충분히 숨길 수 있어 탈세와 같은 문제를 양산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변회는 전관 변호사가 수임 제한 규정을 어길 경우 징계를 통한 과태료가 아닌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물릴 수 있도록 하는 처벌 조항 신설도 추진 중이다. 전관예우 방지법을 어기더라도 법적 처벌 없이 변호사협회 징계로 과태료 처분만 받게 돼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