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6월 말 국회도서관에서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주최로 열린 ‘정부 갈등관리 10년 성과와 과제 무엇인가’ 주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갈등의 효율적 관리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제공

한국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갈등의 특징은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과도한 사회적 비용까지 들게 해 경제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다른 선진국처럼 갈등을 민주주의 정착과 성장을 위한 ‘긍정의 에너지’로 승화시킬 수는 없을까.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문화일보가 지난해 8월부터 이어오고 있는 ‘2014·2015 대한민국 갈등 리포트’와 지난 6월 말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소장 이강원) 주최로 열린 ‘정부 갈등관리 10년 성과와 과제 무엇인가’ 주제 토론회를 통해 갈등의 사전적 예방, 갈등의 효율적 관리 방안 등에 대한 해법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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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제공 많이 하면 갈등 증가’
공무원들 오해부터 바로잡아야

이해당사자 협의체 참여시키고
지겨울 정도로 만나 대화·소통

본보 보도 ‘獨슈투트가르트 21’
전과정 생방송 중재도 벤치마킹

갈등관리기구 난립 재정비 필요
전문조정자 육성도 필요한 시점

◇“공공갈등 예방 위한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 = 주재복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토론회에서 “공공갈등 핵심에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며 “갈등 예방과 관리에 있어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 해소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밝혔다.

주 연구위원은 이어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공사업 초기 단계에서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게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공공사업의 이해당사자들을 직접 협의체에 참여시키고, 진정성 있는 협의 과정을 거쳐 상호 동의하에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당사자 이해 공유를 위해 지겨울 정도로 끊임없는 만남과 진정성 있는 논변 과정이 필수적이며, 지역주민이나 시민사회단체 등 공공사업에 영향을 받는 지역 이해 관련자들도 반드시 참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주 연구위원은 거버넌스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꼭 지켜야 할 수칙도 제시했다.

그는 “참여자 합의하에 참여자 역할과 책임을 사전에 명확히 설정하고, 사전에 합의된 규칙과 절차를 준수하며, 정확한 정보 제공 및 교류로 상호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며 “상호 감시가 될 수 있는 모니터링 기능도 마련해야 투명하고 공정하게 거버넌스가 운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화일보 갈등리포트에서 갈등 해결 모범 사례로 제시한 ‘슈투트가르트21(철도·도시 재개발 사업)’ 갈등도 주 연구위원이 제시한 거버넌스 운영 원칙을 잘 지켜 갈등이 긍정의 에너지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인물이었던 ‘하이너 가이슬러’를 중재자로 임명하고, 두 달간 8차례의 충분히 중재 과정을 거쳤다. 또 사업 관련 자료가 빠짐없이 공개되도록 했고, 중재 절차를 생중계로 전 국민에 공개했다.

◇“‘대화와 소통’ 교육 일상화해야” = 갈등 해소를 위해서는 공무원들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수선 전 평화를만드는여성회 갈등해결센터 소장은 “공공갈등 최일선에 있는 공무원들의 인식을 보면, 갈등 예방을 위한 절차 및 대화를 통한 갈등 해결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정보를 많이 제공하면 갈등이 증가한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그는 “‘돈’이나 ‘보상’ 중심의 갈등 해결 경험이 일반화돼 있어 대화 과정을 적극적으로 기획하고 이런 대화에 참여하는 과정이 매우 드물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화를 통해 갈등 예방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공무원들이 가질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교육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소장은 또 “공무원에 대한 갈등 교육뿐 아니라, 학교에서부터 갈등 해결 관련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며 “이렇게 해야 대화와 소통을 하는 것이 습관처럼 몸에 배고, 궁극적으로 갈등을 건설적으로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주일 한국갈등해결센터 대표도 “교육부가 추진하는 청소년 인성 교육에 갈등 조정·관리 관련 내용이 녹아 들어갈 수 있도록 갈등 관련 부처와 민간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전 소장은 “전문 조정자 양성이 필수적인 시점”이라는 의견도 밝혔다. 그는 “공공갈등 영역뿐 아니라 일상에서 분쟁이 생겼을 때,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민간 차원의 다양한 형태의 조정센터, 분쟁해결센터 등이 자발적으로 만들어지고, 이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게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갈등관리기구 전면 재설계 필요” = 난립한 갈등관리기구 재설계 필요성을 역설하는 의견도 있다.

김광구(행정학) 경희대 교수는 “개점휴업 상태인 많은 갈등관리기구를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며 “중앙부처의 갈등관리심의위원회, 각종 협의회 및 조정위원회, 분쟁위원회가 그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갈등관리기구를 통합적으로 일원화하는 발상의 전환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주일 대표는 “갈등관리심의위원회가 현재 정부 부처 중심으로 돼 있는데, 갈등의 실질적인 주체나 전문가가 참여해 의사결정을 하는 체제로 갈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심의위원회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