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왼쪽부터 모딜리아니의 ‘여인의 초상’(1918년, 68×64㎝, 맨체스터미술관). 보테로의 ‘거리’(2000년, 204×177㎝). 키아의 ‘나를 구조해 줘요’(2005년, 130×160㎝).

10월 4일까지 한가람 미술관

‘모딜리아니, 몽파르나스의 전설’ ‘키아, 환상과 신화전’ ‘라틴 미술의 거장, 페르난도 보테로’.

이번 여름 ‘도심 속 문화 피서’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으로 가면 어떨까. 유럽과 남미 출신의 세계적 거장인 모딜리아니와 키아, 보테로를 각각 내세운 블록버스터급 전시가 한 공간인 한가람미술관 1, 2, 3층 전시실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 특히 휴가철이 절정으로 치달으며 전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도 더욱 잦아지고 있는데 주말인 2일의 경우 4000여 명이 넘는 미술애호가들이 한가람미술관을 찾아 세계 유명 미술관에서나 볼 수 있는 세 작가의 대작을 감상하며 무더위를 식혔다. 세 전시 모두 10월 4일까지 계속된다.

한가람미술관에서 3층 전시실을 찾으면 타원형의 긴 얼굴, 길쭉한 코, 동공이 없는 아몬드 형태의 눈, 목과 부드럽게 연결된 어깨 등 정제되면서도 단순한 형태로 인물을 표현한 아메데오 모딜리아니(1884∼1920)의 그림을 만날 수 있다. 이탈리아 출신의 그는 병약한 몸, 여성편력 등으로 35년의 짧은 생을 살면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보여줘 비운의 화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400점이 채 안 되는 작품(회화 약 350점, 조각 약 30점)만을 남겼지만 샤갈과 피카소, 키슬링 등의 거장들과 함께 일명 ‘에콜 드 파리’의 대표화가로 꼽히고 있다. 모딜리아니전에는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 일본, 미국, 호주, 스위스 등지 공공미술관 20여 곳과 25명의 개인 소장품 70여 점이 전시된다. 그는 인물의 시선 처리에 없어서는 안 될 눈동자를 배제한 채 아몬드 형태의 눈을 강조했는데 생전에 “내가 당신의 영혼을 알게 될 때 당신의 눈동자를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02-724-2900

같은 건물의 2층에서 열리는 이탈리아 작가 산드로 키아전에서는 풍부한 색감에 자유분방한 상상력, 그리고 초현실주의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그림을 만날 수 있다. 1946년 피렌체 출신인 키아는 당시 전위예술가들 사이에 유행한 미니멀리즘적 화풍을 버리고 구상회화로의 복귀를 선언한 트랜스 아방가르드 양식의 선구자로 불린다. 키아의 작품 세계 전반을 조망하는 회화 107점이 전시 중이며, 그의 작품이 이처럼 국내에 대규모로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키아는 역사와 대중문화, 비유럽 미술에 등장했던 이미지들을 자신의 작품에 차용하면서 논리나 지각을 통해서가 아니라 감성 또는 직관에 의해 이해되는 은유적인 내용들을 그림에 담고 있다. 특히 그는 거인과 같은 육중한 인물들을 통해 꿈과 악몽에 사로잡힌 인간 존재를 강조하면서 동시에 신비스럽고 형이상학적인 경향을 표출해 왔다. 02-6273-4242

풍만한 형태, 인체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감성을 자극하는 콜롬비아 출신의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1932~)의 전시는 한가람미술관 1층에서 열리고 있다.

보테로는 정물이든 사람이든 굉장히 부풀려서 그리는 게 특징이며, 라틴의 화려한 색채와 유머러스한 제스처까지 그림에 가미해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이번 전시는 보테로 특유의 인체 감각과 화려한 색채, 특히 남미의 정서를 살린 다양한 작품들로 구성됐다. 보테로가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해 가며 세계적인 거장이 되기까지의 노력과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회화 작품 90점이 전시된다. 한편 보테로는 왜 인물을 뚱뚱하게 표현하느냐는 질문에 “대상의 색채와 볼륨감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예술적 고민의 결과물이지, 뚱뚱한 사람만을 그린 것은 아니다”고 강변해 왔다. 02-580-1300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