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추행사건’ 잇단 구설
교수가 학점·취업 미끼 범죄
전문가 “대학에 만연한 문제”

“가해자 못돌아오게 파면하고
공론화 場 만들어 은폐 방지”

대학 내 성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근절 의지를 담은 정책들이 쏟아지지만, 학교 안에서 사제지간이나 학생 사이 성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대 수리과학부에 재직 중이던 강모 교수는 수년 동안 여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서울대 교수직에서 파면당한 뒤 지난 5월 1심에서 2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강 교수가 파면된 지 두 달 만에 서울대 경영대의 박모 교수 역시 여제자 성추행 의혹으로 파면 처분을 받았다. 이렇듯 최근 서울대의 교수 성추행 사건이 연이어 언론의 도마에 오르며 학내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대학 내에서 발생하는 ‘권력형 성폭력’은 서울대뿐 아니라 여러 대학 캠퍼스에 만연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3일 일선 대학 등에 따르면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연구용역으로 실시된 대학교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결과 전국 대학 가운데 인권센터가 설치된 대학에서 지난 2009~2011년 접수된 성희롱·성폭력 사건은 2009년 평균 0.6건에서, 2010년 0.8건, 2011년 1.2건으로 증가했다.

고려대만 하더라도 지난 2011년 남자 의대생 3명이 술에 취한 여학우를 집단 성추행하는 성폭력 사건이 벌어졌고, 2014년에는 공과대학 A 교수가 연구실 조교를 상습적으로 성추행하는 사건이 발생해 문제가 됐다. 서울 지역 다른 사립대학에서도 지난 4월 B 교수가 자신의 수업을 듣는 여대생에게 “학점을 잘 주고 취업에 도움을 주겠다”며 연구실로 유인해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홍찬숙 서울대 여성연구소 부소장은 “권력형 성폭행 문제를 공론화할 수 있는 분위기나 제도가 되어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실제로 권력형 성폭력이 존재하면서도 전혀 사건화가 되지 않는 대학들의 상황이 더 심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부소장은 “성추행으로 징계받은 교수가 학교로 돌아오는 일이 벌어지니, 학생이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생기는 것”이라며 “강 서울대 교수가 파면돼 영구적으로 학교에 돌아오지 못하게 된 것이 재발 방지에 큰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칫 은폐되기 쉬운 대학 내 성폭력 문제를 공론화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강 교수의 행각이 처음으로 공론화된 계기는 서울대 학생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였다. 주무열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한 학생이 익명으로 성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하자 다른 피해자들 역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