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교수님이 설마…’
단호한 대처 안한게 화근

성범죄로 징계받은 교원
2009 ~ 2014년 230명
이중 53%가 교단에 남아

교육현장에서 성범죄가 만연하게 것은 ‘은사님이 설마’, ‘교원인데 다시 한 번 기회는 줘야’라는 온정주의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다 최근 징계수위를 강화하는 내용이 마련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솜방망이’ 수준인 교원들의 성범죄 처벌 규정이 문제를 더 키운 한 요인으로 꼽힌다.

3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명문 대학들에서 사제간, 학생 간의 성범죄가 잇달아 발생한 데 이어 초·중·고등학교 등에서도 성범죄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이과 관련, 전문가들은 “우월적 지위를 가진 교수와 교사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해당 학교와 피해자들이 ‘설마’라는 온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고 있는 것이 사건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드러난 서울 서대문구 G고교 성범죄 사건의 경우 발생한 지 1년이 넘도록 학교 당국과 교육청 등이 수수방관해 더 확대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조사 결과 1여 년 동안 이 학교에서 성범죄 피해를 당했다고 진술한 여교사는 최소 8명, 학생은 13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 초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면 추가 범죄는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양정호(교육학) 성균관대 교수는 “학교에서 생기는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가 학생일 경우가 많은데 학교라는 특수성 때문에 교사가 학생에 대해 이 같은 행동을 할 경우 서로의 관계 때문에 공개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미성년자 약취·성추행·성폭행 등의 성범죄로 각종 징계를 받은 교원은 230명이다. 하지만 교단에 남아 있는 사람이 이들 중 53%인 121명이나 됐다.

교육부는 최근 성범죄를 저지른 교원에 대한 징계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 6월 국가공무원법을 개정, 성범죄로 수사기관에 신고돼 수사를 받는 공립학교 교원에 대해서 직위 해제해 즉각 학생과 격리하도록 했다.

그러나 오는 1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어서 아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사립학교 교원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가 가능하도록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7월 30일 국회에 제출했으나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교원의 경우 파면 등의 징계를 받으면 대부분이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재심을 요청하는 데 이 위원회가 법정처럼 명확한 증거를 토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온정적인 호소에 흔들려서 결정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신선종 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