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고심’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의원들이 공직선거법 관련 법안을 심의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득표 많아도 실제의석 적어
民意 왜곡되고 票 가치 훼손

권역별 비례대표·석패율제
득표율 높은 후보에게 기회
지역 구도 타파에도 큰 도움

지난 2012년 4월 열린 19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당시 제1야당이었던 민주통합당의 후보들은 대부분 3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고 상당수 후보들은 40%가 넘는 지지율을 얻기도 했다.

비례대표 의원을 뽑기 위한 정당 지지도에서도 부산의 유권자 3명 중 1명은 민주통합당을 지지했다. 하지만 부산의 18석 국회의원 중 민주통합당 소속의원은 2명(11.1%)에 불과했다. 반대로 대부분 지역이 10%포인트 안팎의 경합을 벌이는 서울에서는 상대적으로 야권이 후보들의 득표율보다 높은 의석 비율을 차지했다.

이 같은 지역별 득표율과 실제 의석수 간 괴리는 결국 민의가 선거 결과에 왜곡되게 반영돼 평등선거의 원칙을 기반으로 한 ‘표의 등가성(투표 가치 등가성의 원칙)’도 훼손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 등 다양한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회에 독일식 정당 명부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를 공식 제안하며 정개특위 내에서도 어떤 식이든 득표율과 의석수를 최대한 맞추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한 정개특위 위원은 24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헌법재판소가 선거구간 인구 편차를 2대 1로 맞추라고 결정한 것은 모든 선거인에게 1인 1표를 인정할 뿐 아니라 1표의 가치가 선거 결과에 기여한 정도에 있어서도 평등해야 한다(one vote, one value)는 표의 등가성 원칙에 따른 것 아니겠느냐”며 “이에 따라 각 지역별 득표율이 지역별 의석수와 최대한 맞추려는 노력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지역 구도하에서 소선거구제로 치러지는 총선은 여당과 제1야당이 의석수를 보다 많이 챙겨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거대 정당 간 카르텔이 이 같은 상황을 더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문제의식하에 거론되는 게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5∼6개 정도의 권역으로 나눈 뒤 인구 비례에 따라 권역별 의석수(지역+비례)를 먼저 배정하고 그 의석을 정당투표 득표율에 따라 나누는 것이다. 지역구 당선자 의원을 먼저 확정한 뒤 각 권역별 비례대표는 득표율만큼 의석을 챙기지 못한 정당에 배정한다. 권역별 비례대표가 도입될 경우 당장 대구·경북(TK)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호남에서 새누리당 의원이 탄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였던 지역 구도 타파에는 큰 도움이 된다. 아울러 승자독식 구도가 완화되며 군소정당의 원내 진출이 보다 용이해질 전망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함께 거론되는 것이 석패율제다. 같은 시도에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 중에서 2명 이상을 비례대표 후보자로 추천할 수 있게 해 지역구 선거에서 낙선하더라도 득표율이 높은 후보자는 비례대표로 당선될 기회를 주는 제도다. 석패율제도 지역구도 완화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하지만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해 정개특위 위원들의 의견은 많이 엇갈려 실제 도입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주로 새누리당 의원들이 반대하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대부분 찬성하고 있다.

한편 중앙선관위는 지난 2월 24일 권역별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를 도입하자고 정치권에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선관위의 제안대로 시뮬레이션해보면 152석을 얻었던 새누리당은 138석, 127석을 얻었던 민주통합당은 119석을 얻어 양 당 모두 의석수가 감소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승자 독식 구도인 현행 선거 제도의 문제점을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 도입으로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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