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0대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이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요구한 선거구 획정 기준 마련 시한(8월 13일)까지 20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여야는 의원 정수, 자치구·시·군 통합 방법 등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진통만 거듭하고 있다. 국회는 이해 당사자인 국회의원이 선거구 획정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선거구획정위를 중앙선관위 산하에 두도록 했다.

정문헌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새누리당 간사는 24일 소위 회의를 앞두고 문화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첫 시작부터 서로 잘 안 맞아 (논의 과정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선거구 획정안과 관련, 여야의 입장차가 적지 않다. 정개특위 야당 간사인 김태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17일 공직선거법소위에서 제시한 안에 대해 여당 의원들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소위 ‘김태년안’의 핵심은 인구 하한선(13만9334명)을 초과하는 경우 자치구·시·군은 무조건 단일 선거구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의원들은 비공개 간담회에서 “기존 선거구의 역사성과 배치될 뿐만 아니라 현행 선거구의 근간을 흔들 수 있으므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 정수와 관련해서도 여당 의원들은 국민여론을 들어 ‘현행 유지’를 주장하는 데 비해, 야당에서는 대체로 ‘의원 정수 및 비례대표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논의 순서에 있어서도 의원 정수 확대를 주장해 온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의원 정수 문제가 제일 먼저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다른 의원들은 대체로 “다른 선거구 획정 기준부터 정하자”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현 선거구를 존중할 것인지, 헌법재판소의 결정(인구편차 2대 1) 등에 따라 선거구 범위를 넓힐 것인지 등을 놓고도 입장 차가 엇갈리고 있다.

선거구획정위가 요구한 선거구 획정기준은 △인구산정 기준일 △지역구 상하한 인구편차 △지역구 선거구역 변경금지 원칙과 예외 △자치구·시·군의 일부 분할 기준 등이다.

이화종 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