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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 조계종 첫 공조
1738년 제작된 승려 초상화
美 유출 경위 밝혀지지 않아

미국 경매에 출품된 도난 불화(佛畵) ‘동악당재인대선사진영(東岳堂在仁大禪師眞影·비단 채색, 97㎝×65㎝·사진)’이 고국으로 돌아왔다. 이 불화는 18세기에 활동했던 승려 동악당재인대선사(생몰년 미상)를 그린 초상화로, 1738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재청은 21일 이 불화의 환수를 알리고, 서울 종로구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그림을 공개했다. 이번 환수는 지난해 10월 문화재청과 대한불교조계종이 체결한 ‘불교 문화재 도난예방 및 회수를 위한 협약’ 이후 거둔 첫 성과로 더 주목된다. 환수 작업에는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조계종, 그리고 불화의 원래 소장처인 선암사(仙巖寺)의 협력이 긴밀하게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이 불화는 본래 전남 순천시 소재 선암사 진영각(眞影閣)에 보관되어 있었다. 지금은 흔적이 지워졌지만, 도난되기 이전에는 화기(畵記·불화에 기록된 명문)에 ‘乾隆三年癸亥二月○日(건륭 3년 계해 2월○일)’이라고 기재되어 있었다고 한다. ‘건륭’은 청나라 고종 건륭제의 연호로, 제작연대(1738년)를 알려준다. 미국으로의 유출 경위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문화재청 측은 “대한불교조계종의 ‘불교문화재 도난백서’와 각종 보고서를 참조해, 1982년 이전에 도난당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불화가 처음 경매에 나온 것을 파악한 건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었다. 조사에 의해 이 불화가 도난 문화재임이 확인됐고, 조계종과 선암사는 불화를 환수하겠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혔다. 이에 문화재청이 경매소에 이 불화가 도난 문화재라는 사실을 알리고, 즉각적인 경매중지를 요청했다. 경매소가 이를 수용함에 따라, 문화재청은 출품자와 협상을 통해 반환 합의를 이끌어냈다.

한편, 이날 불화 공개식에서 문화재청과 조계종은 국외 소재 불교 문화재의 정보공유와 환수를 강화하기 위한 협력각서 체결식을 진행했다. 이번 협력각서는 지난해 10월 체결한 ‘불교 문화재 도난예방 및 회수를 위한 협약서’의 대상을 국외 소재 불교 문화재까지 확대하고 협력범위를 구체화하기 위한 것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국외 소재 불교 문화재의 현황과 반출경위를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도난 문화재로 확인되는 경우 즉각 환수할 수 있도록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