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단기차익을 노린 외국계 헤지펀드들의 경영권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어 안정적인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소액주주보호 규정,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지침 등이 그 사례로 거론됐다.

14일 한국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한국선진화포럼과 바른사회시민회의가 ‘경영권 방어와 기업지배구조 논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주제로 연 특별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자로 나선 전삼현(법학)숭실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법 제도상 외국계 헤지펀드들이 단기차익을 목적으로 국내 상장사를 공격하는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며 “삼성물산을 공격한 엘리엇의 사례를 교훈 삼아 국내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 교수는 먼저 “특수관계인 및 계열사 간 거래 규제(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지 않으려면 오너 일가의 지분이 상장사는 30%, 비상장사는 20% 이하여야 하는데,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위해 규제를 피하려다 보니 필연적으로 취약한 지배구조가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상법과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소액주주 보호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현실적으로 모든 주주를 주총장에 모으기 힘든 만큼 주총 결의방법을 출석 주식수의 과반수 찬성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주총 보통결의 요건은 발행 주식 총수의 25% 이상이 참석해 참석 주주의 50%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상장사 상당수가 ‘출석률 25%’를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전 교수는 마지막으로 “국민연금이 단기차익을 노린 외국계 헤지펀드의 공격으로부터 국내 기업을 보호하는 백기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현행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지침에 제3원칙으로 국내 자본시장 보호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