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와 그리스·중국발 경제 위기 우려 등으로 기업들의 투자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정부 내에서도 기업인들의 사면을 통해 하반기 기업 투자의 ‘골든타임’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4일 정부와 산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한 정부 일각에서는 지난 9일 청와대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발표된 91조 원가량의 기업 투자계획이 7~8월 중 모두 확정되기 위해서는 오는 광복절 특별사면에 기업 총수들이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내년 총선 등 정치적 일정을 고려할 때 하반기 기업들의 집중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내 경제가 장기 침체로 접어들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청와대가 사면 이슈를 꺼낸 것도 이런 경제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현시점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상의 투자 유인 카드는 바로 수감 중인 일부 대기업 총수의 사면 혹은 가석방이라는 얘기다. 총수가 수감 중인 일부 대기업은 경영상 ‘투자시계’가 멈춘 상태다.

총수 부재 상태인 SK그룹은 추진하던 태양광 전지 및 연료전지 사업을 포기했다. 또 강세를 보이던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도 최근엔 답보 상태를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시장에선 SK그룹이 STX에너지, ADT캡스 등을 인수할 것이란 소문도 돌았지만 모두 무산됐다. 최태원 회장이 수감되기 전만 해도 2011년 6조600억 원대에 달했던 SK그룹의 투자 규모는 지난해 4조 원대로 줄었다. 하반기에 예정된 반도체 분야의 투자회사 가운데 SK하이닉스도 거론되고 있지만 최 회장의 출소가 이뤄져야 가능할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CJ그룹 역시 이재현 회장의 구속수감으로 인해 동부산관광단지 영상테마파크 사업, 인천 굴업도 관광단지 내 골프장 건설계획 등이 중단됐다. 반면 가석방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삼성그룹과의 ‘빅딜’을 비롯해 태양광 계열사 인수·합병과 같은 그룹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과감한 경영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결국 기업의 명운을 건 대규모 투자는 총수의 판단에 달려 있다”며 “과감한 투자가 하반기에 이뤄지기 위해선 광복절 특사에 기업인들이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