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추급권 도입에 불을 붙인 밀레의 ‘만종’.

서울시립미술관 ‘미술과 법’ 강의
법조인 초청 저작인격권 등 진행

미술품 경매시장 등에서 이중섭, 박수근 그림이 아무리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고 해도 유족 소유의 그림이 아닌 이상 그동안 유족에게는 아무런 금전적 이익이 돌아가지 않았다. 그러나 추급권(追及權)이 도입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가격 상승에 대해 적정 저작권료를 유족에게 지급해야 한다. 저작권의 일종인 추급권은 처음 작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 작가가 그 후 재판매 과정에서의 차익금에 대해 분배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변호사, 판사 및 저작권 관련 전문가들을 강사로 초청, 추급권 등 미술저작권에 대한 이해를 돕는 ‘미술과 법’ 강의를 3회에 걸쳐 진행한다. 오는 17일에는 저작인격권(구본진 변호사), 24일 저작권의 양도와 이용허락, 저작권 관리(임원선 국립중앙도서관장), 8월 7일 저작권의 보호대상(함석천 판사)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이번 강좌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17일 강의에서 다룰 추급권. 추급권은 2011년 7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표시점에 논의된 후 아직 도입되지 못한 만큼 이번 강의를 통해 또 한번 공론의 장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추급권은 1883년 프랑스에서 장 프랑수아 밀레(1814∼1875) 등 가난한 미술가와 그의 가족을 돕기 위해 입법이 추진됐다. 그리고 1920년 프랑스에서 최초로 추급권 관련 법 조항이 만들어졌다.

현재 EU 국가를 비롯해 세계 60여 개국에서 도입했고 갈수록 도입 국가가 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찬반 양론이 거세 아직 도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한국화가 사석원은 “추급권 도입이 작가에게 일단 유리해 보이지만 워낙 미술 시장의 수요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미술품 거래가 위축되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향후 공론화를 통해 치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본진 변호사는 “추급권 인정이 세계적인 추세이고, 미술품 경매도 활성화돼 추급권 도입이 불가피한 시점”이라며 “도입 과정에서의 혼란을 막기 위해 처음에는 경매 등에만 적용하고 단계적으로 개인 거래로 확대할 것, 소급 입법하지 않을 것 등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