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대책 부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결정하는 임시주주총회(17일)가 9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사옥에서 사장단 협의회에 참석하려 들어서던 김봉영(왼쪽) 제일모직 사장과 김신(오른쪽) 삼성물산 사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총이후 액션플랜 가동
삼성화재·SDI 다음 타깃
추가 소송전 돌입할 듯

이사진 교체·배당 확대 등
경영권까지 간섭하면서
‘삼성 흔들기’ 계속할 속셈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엘리엇)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결의를 위한 주주총회 이후 ‘액션플랜’을 이미 가동한 것으로 보여 분쟁 장기화가 우려된다.

엘리엇의 ‘삼성 흔들기’가 주총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징후들은 곳곳에서 포착된다. 삼성은 오는 17일 주총에서의 표 대결이 당장 ‘발등의 불’이지만 합병을 성사시켜도 엘리엇의 공격을 계속 방어해야 한다는 점에서 전혀 안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업재편과 그룹 경영승계 속도가 늦춰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이미 지난 5월에 주총 이후 타깃으로 삼은 삼성화재와 삼성SDI 임원 등 총 22명에 대한 신상정보를 신용정보회사로부터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의도가 불분명했던 이 신상정보의 용도는 엘리엇이 최근 삼성화재와 삼성SDI 지분을 각각 1%씩, 총 2000억 원에 사들인 것이 확인되면서 사실상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엘리엇이 확보한 지분 1%의 의미가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상법상 지분 1%를 가진 주주는 이사(위법행위 유지청구권)와 회사(주주대표 소송)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다음 타깃이 삼성화재와 삼성SDI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그 방법은 두 회사 이사들과 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이 될 것”이라며 “신상정보에 이어 법적 소송까지 가능한 지분을 확보했다는 것은 공격 준비를 마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I와 삼성화재가 각각 삼성물산 지분 7.18%와 4.65%를 보유한 대주주라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그룹 전체 지배구조라는 틀에서 두 회사와 그 이사들이 다음 타깃이 된다는 의미다. 엘리엇이 이사들 개인 신상을 파악한 만큼 이사들을 상대로 한 소송 가능성이 나온다. 주총에서 대주주인 삼성화재와 삼성SDI가 찬성표를 던질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엘리엇이 주주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장기전에 익숙한 엘리엇의 삼성 흔들기는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주총 이후 엘리엇의 추가 지분 확보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법상 3% 이상의 지분을 가진 주주는 임시주총 소집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4.1%를 지렛대 삼아 엘리엇이 삼성 측에 이사진 교체, 배당 확대 등 경영 간섭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승배·장병철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