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재규어 랜드로버는 지난 6월 영국에서 공개한 연구용 차량 ‘리모트 컨트롤 레인지로버 스포츠’를 통해 차량 밖 운전자가 스마트폰 앱의 가상 핸들로 차량을 조종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재규어 랜드로버 제공

현대車, 美출시 신형 쏘나타 ‘안드로이드 오토’ 최초 적용

K5 등은 무선충전패드 장착… 스파크‘애플 카플레이’ 기능

자동차와 정보통신(IT)기술의 결합이 최근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차량 시동을 거는 것은 물론, 스마트폰을 차량 안에서 무선 충전하거나 스마트폰 화면을 차량 스크린으로 그대로 옮겨오는 기술이 불과 2∼3년 만에 현실이 됐다. 자동차에 IT기술 바람이 불자 최근에는 스마트기기로 차량의 주행을 직접 조종하거나 모바일 계정으로 차량을 제어할 수 있게 하는 등 첨단 기술을 둘러싸고 완성차 업계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가장 많이 시도되는 스마트 카 기술은 자동차와 스마트폰을 연결한다는 의미의 ‘커넥티드 카’다.

스마트폰 보급이 활발히 이뤄지던 지난 2000년대 후반부터 국내외 자동차 업체들이 기술 개발에 공을 들였고 현대자동차의 블루링크, 기아차의 유보가 2012년 첫 서비스를 시작해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스마트폰에 깔린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한 원격 시동 기능, 주차위치 확인 기능, 목적지를 미리 차량으로 전송해 탑승 즉시 안내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기능, 도난차량추적·긴급 출동 신고 기능까지 갖춰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아직 차량이 스마트폰을 통한 제한된 제어만 받아들일 뿐 스마트폰의 기능을 온전히 담지 못한다는 점에서 100% ‘커넥티드 카’라고 불리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애플의 ‘카 플레이’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다. 차량 이동식저장장치(USB)를 스마트폰과 연결하면 운전자가 애플 시리(Siri)와 구글 나우(Now) 같은 음성인식 기반의 개인비서 서비스를 이용해 음성명령으로 스마트폰의 내비게이션과 검색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운전 도중 문자를 받았을 경우 내비게이션 화면에 메시지 알림이 뜨고 그 메시지를 음성을 통해 읽어주며 답장을 보낼 때도 음성으로 입력할 수 있다. 차량 스크린에는 스마트폰 화면과 유사한 아이콘 배열이 편의성을 더욱 높인다는 특징이 있다.

애플, 구글이 가세한 세계적인 ‘커넥티드 카’ 전쟁의 새 국면은 일단 현대차의 포문으로 시작됐다. 현대차는 지난 5월 26일 미국에서 출시된 쏘나타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최초로 ‘안드로이드 오토’를 적용했다. 이에 질세라 이틀 뒤 제너럴모터스(GM)도 올해 하반기 선보일 ‘크루즈’ ‘말리부’ ‘스파크’ ‘볼트’ 등 쉐보레 14개 모델에 ‘안드로이드 오토’와 ‘카 플레이’를 동시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한국GM 역시 8월 출시되는 차세대 ‘스파크’에 국내 최초로 ‘카 플레이’를 탑재할 계획이다.

스마트폰의 화면을 자동차의 디스플레이 장치에 그대로 불러오는 ‘미러링(mirroring)’도 요즘 ‘커넥티드 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능 중 하나다.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는 르노삼성이 최초로 지난 2014년 9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차량 모니터를 와이파이로 연결하는 방식의 미러링 시스템을 장착했고 쌍용자동차 역시 지난 1월 출시한 티볼리에 미러링 시스템을 탑재했다.

스마트폰과 자동차의 만남은 소프트웨어 차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차량 안에서 스마트폰을 무선으로 충전할 수 있는 트레이의 등장은 하드웨어적 진보의 대표격이다. 지난 1월 국내 출시된 GM의 캐딜락 ATS 쿠페와 CTS는 센터페시아 패널 뒤 1.8ℓ 크기 수납공간에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를 담아 케이블 연결 없이 스마트폰을 올려놓는 것만으로도 충전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국산 차 중에는 이번 달 중순 출시 예정인 기아차 신형 K5에 이 기능이 탑재됐다.

스마트 워치와 자동차 사이 교류도 서서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 4월 BMW는 전기차 i3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i8를 대상으로 차량 상태를 알려주는 애플 워치용 ‘아이 리모트(i Remote)’앱 서비스를 시작했고 포르쉐와 폭스바겐도 비슷한 시기 선루프 잠금 여부 확인, 차량 위치 검색 등을 제공하는 애플 워치용 앱 ‘카 커넥트’와 ‘카 넷’을 각각 내놨다.

이밖에 스마트폰으로 차량 주행을 원격 조종하는 기술, 모바일 계정이 자동차 열쇠를 대체하는 기술 등도 시험 단계를 거치고 있다. 재규어 랜드로버가 지난 6월 영국에서 공개한 연구용 차량 ‘리모트 컨트롤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차량 주변 10m 안에 있는 운전자가 스마트폰 앱의 가상 핸들을 통해 차량을 시속 6㎞ 이내로 조종하는 게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마치 무선조종 모형자동차를 움직이는 듯한 이 기술을 이용해 오프로드 주행 시 운전자는 차 밖으로 내려 도로 주변 상황을 살펴볼 수 있다.

아우디는 기존 스마트키의 다음 단계로 스마트폰에 내장된 ‘모바일키’를 준비하고 있다. 운전자가 스마트폰을 차량 손잡이에 갖다 대면 근거리무선통신(NFC)을 이용해 차량 문이 열리는 방식이다. 그뿐만 아니라 자사에 개설된 온라인 계정을 통해 특정 지인에게 자동차 사용을 허락하면 해당 인물의 스마트폰으로도 차량 제어가 가능하다.

아우디 관계자는 “렌터카, 카셰어링 등 이동성이 중시되는 미래 자동차 산업에 유용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를 탑재한 현대자동차 쏘나타. 현대자동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