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선거 없는 ‘골든타임 해’
국회법·메르스로 절반 허송

4대개혁 등 핵심 정책과제
與자중지란에 실행계획 위기

‘유승민 거취’ 6일 정리돼도
분열 후유증 당분간 지속될듯

국회법 개정안에서 촉발된 여권의 내홍이 깊어지고 장기화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3년 차 정책 구상이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올해는 경제 활성화와 국가 혁신의 ‘골든 타임’으로 여겨졌으나, 상반기를 국회법 논란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대응 등에 허송세월한 데 이어 하반기도 전례 없는 여권의 자중지란 속에 출발했기 때문이다.

특히 청와대가 야당은 물론 유승민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새누리당 지도부, 정의화 국회의장과도 드러내놓고 갈등을 빚은 게 향후 4대 개혁과 경제 활성화 관련 입법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의 정책드라이브에 암운이 드리워져 있는 상황이다.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은 3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앞으로 국민들이 (주요 국정과제의) 정책 성과를 피부로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1월 12일 신년 구상 기자회견에서 “올해는 국정 3년 차에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해로, 경제 활력을 되찾고 국가 혁신을 위해 국력을 결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올해에 사실상 주요 정책 추진을 위한 승부수를 걸겠다는 뜻을 밝힌 것의 연장이다.

박 대통령의 의지와 달리 2015년의 절반이 지나간 현시점에서 신년 구상 때 제시됐던 24개 핵심 개혁 과제 중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사례는 손으로 꼽기 민망한 수준이다. 4대 구조개혁 중 가장 먼저 착수한 공공개혁 분야의 과제 가운데 유일하게 마무리된 것은 공무원연금 개혁뿐이다. 공공기관 기능 조정을 골자로 한 2단계 공공기관 개혁, 국고보조금 개혁, 지방교부세 제도 개선 등은 언제 성과가 나올지 가물가물하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과 임금피크제 확산 등 노동개혁의 핵심 과제도 아직은 말만 무성한 수준이다. 관광·의료 등 서비스산업 확충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은 국회에 가로막혀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국회와 여야 정치권의 협조를 구하기 어렵다는 점은 청와대와 정부에 더 큰 부담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의 희망대로 유 원내대표의 거취 논란이 오는 6일 전후로 매듭지어지더라도 과제는 남는다. 새 원내지도부가 들어서 갈가리 찢긴 당심을 추스르는 데 적잖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더욱이 여야를 막론하고 2016년 4월 총선에 시선이 꽂혀 있는 정치권이 노동시장 개혁과 공공기관 구조조정 등 ‘표’를 갉아먹을 수 있는 개혁에 적극 나설 가능성도 높지 않다.

오남석·이화종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