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업체 부담 경비까지
ADD 연구예산서 충당
운용체계 전반 개선 필요

군사력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국내 국방연구·개발의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관련 예산이 계속 증가해 지난해 2조3000억 원에 달하는데도 받지도 않은 제품을 납품받았다고 허위 처리하는 등 군 당국이 예산 관리를 엉망으로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2일 국방과학연구소장에게 문제가 적발된 관련자에 대한 문책을 요구했다.

감사원이 이날 발표한 ‘국방연구·개발 추진 실태’에 따르면 관련 예산은 1970년 3000만 원으로 시작해 2010년 1조7945억 원, 2012년 2조3210억 원, 지난해 2조3345억 원으로 증가해 왔다. 선진국의 기술 이전 통제가 강화돼 국방기술연구·개발에 대한 투자 증가가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배정받은 예산조차 방만하게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예산 운용 체계를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개발한 무기체계를 양산하는 데 필요한 평가를 지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총 2570건 시행하면서 관련 방산업체가 부담해야 하는 경비 86억6000만 원을 연구소 예산으로 충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ADD는 전차 내부의 온도, 충격 등의 피해를 측정하는 장치인 ‘내부피해계측장비’와 전차를 원격 조종할 수 있는 ‘전차자동조종모듈’을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한 업체로부터 납품받았다. 예산은 총 80억3000만 원 규모였다. 이 과정에서 해당 업체로부터 전차자동조종모듈을 총 7세트만 납품받고도 실제로는 11세트를 납품받은 것으로 작성된 인계인수증을 그대로 처리했다.

또 시험 평가 과정에서 이 중 5세트가 손실됐는데, 마치 9세트가 손실된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작성했다. 그 결과 정상적으로는 4억5100만 원을 지급해야 했는데, 그 3배가 넘는 13억5700만 원을 지급했다.

해당 업체는 또 내부피해계측장비 제작 비용 관련 정산요구서에 사용하지도 않은 음압 센서를 기재하고, 압력·진동 센서·제어판 등을 실제 사용한 것보다 많이 사용한 것처럼 꾸며 정당 원가 4942만 원보다 많은 7286만 원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여러 방법으로 해당 업체는 11억 원을 부당하게 지급받았다.

또 정찰용 무인항공기 개발에 필요한 시제품이 3세트인데, 추가로 1세트를 더 제작해 약 31억 원을 낭비했다. ADD는 또 2010년 한 업체와 전차 형태의 표적을 제작, 납품받기로 계약을 맺었다가 다른 형태의 전차와 장갑차 형태의 표적을 납품받는 것으로 계약 내용을 변경했다. 그런데 계약서는 수정하지 않아 실제로 1억4200만 원만 지급하면 되는데, 2배 이상 많은 약 3억8000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