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 이후 함정·잠수함 등에 설치되는 탐지용 레이더를 신형으로 교체하기로 했지만 해군이 구형 레이더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2일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특히 신형 레이더 장비가 개발됐는데도 이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날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ADD), 국방기술품질원, 각 군 본부를 대상으로 진행한 2010년 이후의 국방연구·개발사업 업무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국방연구·개발이 방만하게 이뤄져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또 ADD가 불량 부품을 납품받아 놓고도 합격으로 판정한 것에 대해 국방부와 ADD에 해당 직원의 정직 처분 등을 요구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날 “국방연구·개발 사업이 방만하게 운영돼 자주적으로 군 기술을 발전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위험한 상태로 두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천안함 폭침 이후 해군 잠수함 등에서 해상 표적의 위치를 탐지하는 대함레이더와 항해레이더의 개선이 요구돼 반도체형 신형 레이더가 개발됐는데도, 해군본부는 구형 레이더를 장착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구형 레이더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십 건의 고장이 발생했고, 거리분해 능력도 신형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해군본부는 다른 기종의 신형 레이더 개발에는 착수조차 하지 않았다.

ADD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모 업체로부터 전차 내부피해계측 장비를 납품받는 과정에서 장비에 온도·진동센서·제어판이 부착되지 않아 작동이 불가능한데도 기술검사 성적서에 ‘양호’하다며 합격 판정을 내렸다. 해당 업체는 11억여 원을 부당 지급받았다. 표적 납품 대상이 바뀌어 1억4200만 원만 지급하면 되는데, 2배 이상 많은 3억8000만 원을 지급했다. 방사청은 세계 최장의 전술교량을 만들기로 하고 모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으나 시험 과정에서 교량이 6차례나 전복, 실패했다. 결국 방사청이 계약을 해지하면서 전술교량 전력화가 4년 이상 지연됐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