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의 문제인가? 장관의 문제인가?

바람 잘 날 없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인사를 놓고 이런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인사 시스템 혹은 그 분야의 의견을 무시하고 장관의 ‘의중’에 따라 일방적으로 인사가 이뤄져 반발이 나온다는 지적이다.

이번 국립오페라단장 인사도 마찬가지였다. 문체부가 1일 김학민 경희대 연극영화과 교수를 국립오페라단 단장 겸 예술감독으로 내정하자 국내 오페라계 중견 인사들은 “성악계 인사들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인사가 이뤄졌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주요 대학 성악과 교수와 민간 오페라단 관계자 10여 명은 이날 ‘문화예술계 인사 및 정책 실패에 관한 대책을 위한 토론회’를 연 뒤 성명을 통해 “국립오페라단장은 연출가를 뽑는 자리가 아니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현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토론회에서 “우리나라 문화예술을 이끌 수장직을 뽑을 때는 검증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박현준 한강오페라단 단장은 “올 초 한예진 전 단장의 사퇴로 그런 내홍을 겪고도 인사 시스템에 어떠한 변화도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이러한 일방적인 임명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문화예술인들이 개개인으로는 훌륭하지만, 집단으로 뭉치면 이기주의가 팽배하다”며 “특히 인사 문제에는 더욱 그렇다”고 화살을 예술인들에게 돌렸다.

이번뿐이 아니다. 특히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의 경우 인사혁신처가 공모 절차를 거쳐 두 명을 최종 후보로 압축했지만 문체부 장관이 부적격자로 무산시켰다. 이는 공직사회의 인사 난맥상을 타개하기 위해 만든 공적인 인사시스템을 무시한 것이다. 그렇다고 미술계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청취한다는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

이에 따라 전임 유진룡 장관 시절 벌어졌던 정윤회 파동과 청와대 인사개입 의혹 등으로 이후 청와대 개입이 약해지면서, 오히려 장관의 전횡이 심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