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ECB 32억유로 못갚으면 진정한 의미의 ‘디폴트’ 상태로

그리스 정부가 30일 국제통화기금(IMF)에 16억 유로(약 2조 원)를 상환하지 못하면서 ‘기술적 디폴트(Technical Default)’를 맞았다. 현지언론 카티메리니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는 이날 자국 중앙은행에 4억7200만 유로를 상환하기로 했던 약속도 지키지 못했다. 카티메리니는 이를 ‘쌍둥이 디폴트’로 표현했다.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와 ‘기술적 디폴트’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1일부터 공식적으로 ‘기술적 디폴트’를 맞게 된 그리스 경제는 어떤 변화를 겪게 되는 것일까.

‘기술적 디폴트’란 상환능력 자체가 문제시되는 ‘무질서한 디폴트’와 달리 채권자(채권국)가 대출조건을 지키지 못할 때 발생하는 일시적인 디폴트다. 디폴트는 민간채권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 시장의 관례다. 특히 IMF는 ‘디폴트’ 대신 ‘체납(arrear)’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그리스가 IMF에 16억 유로를 상환하지 못했지만 곧바로 디폴트 사태를 맞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오는 20일 유럽중앙은행(ECB)에 32억 유로를 갚지 못하게 될 때 그리스가 진정한 의미에서 디폴트에 처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30일 자정을 기준으로 구제금융체제가 만료하고 채무상환에도 실패함에 따라 그리스가 겪어야 할 고통은 엄청날 전망이다. 우선 2차 구제금융 잔여분 72억 유로를 받을 수 없고,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아 국제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릴 데가 없어지게 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 로이터, 카티메리니 등의 분석에 따르면, 그리스는 유럽재정안정기구(EFSF)로부터 빌린 1419억 유로(약 177조 원)를 당장 갚으라는 독촉도 받게 될 전망이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