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매입’ 가처분 남아 ISD 조항 활용 가능성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엘리엇)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됨에 따라 주총 전 벌어진 ‘법정 전초전’에서는 삼성이 승리를 거뒀다. 특히 법원이 핵심 쟁점인 합병비율의 정당성을 인정했고, “삼성물산 경영진이 주주 이익과 관계없이 삼성그룹 총수 일가와 제일모직 및 그 대주주의 이익만을 위해 합병을 추진한다고 볼 자료도 없다”고 밝힌 대목은 엘리엇 측의 논리에 상당한 타격을 입히게 됐다.

법원은 삼성 측이 발표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 1대0.35가 자본시장법에 따라 결정됐음을 인정했다.

엘리엇 측은 그동안 시가총액만이 아닌 삼성물산의 자산가치까지 감안해 비율을 산정해야 한다고 반박해 왔다. 삼성물산이 소유한 토지와 공장, 시설 등의 인프라 가치까지 합치면 삼성물산 자산가치(29조5000억 원)가 제일모직(9조5000억 원)보다 훨씬 크다는 논리를 펴왔다.

하지만 삼성으로선 주총 전 또 하나의 고비는 남아 있다. 삼성물산이 자사주를 우호 관계에 있는 KCC에 매각한 것과 관련해 불법적인 자사주 처분으로 주주들의 의결권을 희석한다며 삼성물산과 KCC를 상대로 낸 엘리엇의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정은 이번에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계는 KCC에 넘긴 자사주 의결권도 다수 판례에 따라 경영진이 자사주를 제3자에게 매각한 것을 인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매각한 자사주 5.76%의 의결권이 사라지는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문제는 엘리엇의 향후 대응이다.

국내 법원에서 가처분 신청 기각으로 엘리엇은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조항을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ISD 조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최종협상 때도 이슈화한 적이 있는데 쉽게 말하면 투자자가 특정 국가의 법령이나 정부 정책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면서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권리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