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의 주축인 정보통신기기 산업에 ‘비상’이 걸렸다. 휴대전화·노트북 PC 등은 중국에 추월당하고, 시스템반도체 등 첨단 부품산업에서 일본과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9일 내놓은 ‘한국 정보통신기기산업의 한·중·일 국제경쟁력 비교 및 정책제언’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시장에서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휴대전화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의 경쟁력 지수가 중국에 6년 만에 역전당했다.

휴대전화의 경우 일본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비교우위지수(상대적인 수출경쟁력을 나타내는 지수로, 시장점유율보다 경쟁국에 대한 상대적인 경쟁 우위를 표현하는 데 유용)’는 지난 2009년 5.36에서 2014년 1.65로 줄었다. 반면 중국은 2.04에서 2.09로 증가하면서 한국을 따라잡았다. LCD 패널 역시 2009년에는 한국이 18.47, 중국은 3.74였으나, 지난해에는 한국 2.57, 중국 13.4로 ‘역전’됐다.

최남석 한경연 연구위원은 “중국이 자국 기술 보유 정책지원으로 기술 수준을 높여 가면서 가공무역 중심의 ‘수직적 분업구조’를 중국에 유리한 ‘수평적 경쟁구조’로 바꾸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그동안 일본 시장에서 우리가 비교 우위에 있던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반도체 품목은 비교 열위 제품으로 떨어지는 등 우리나라와 일본의 기술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을 글로벌 생산기지로 사용하던 기존 분업구조에서 ‘중간재 협력파트너’로 한 단계 격상시키고, 유망 수출상품 개발을 통한 자발적 사업 재편 촉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