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수현, 공효진 등이 출연한 KBS 2TV 드라마 ‘프로듀사’가 성황리에 마무리됐습니다. ‘프로듀서(producer)’를 ‘프로듀사(士)’라 표현한 이 드라마는 방송사 예능국 PD들의 삶을 생생히 다뤄 눈길을 끌었습니다. 신입 PD 백승찬부터 베테랑 PD 라준모와 탁예진, 그리고 예능국장 등이 각 연차에 맞춰 방송국에서 취하는 포지셔닝이 달라지는 걸 지켜보는 것도 ‘프로듀사’를 즐기는 묘미였죠.

하지만 그 속에서도 저는 다른 직업군에 더 눈이 갔습니다. 바로 톱스타 신디(아이유)를 보유한 변엔터테인먼트 식구들입니다. 신디 한 명을 바라보고 사는 그들의 삶은 상대적으로 덜 다뤄졌는데요. 스타를 빛나게 만드는 그들의 실제 삶은 ‘프로듀사’ 속 매니저들의 삶보다 훨씬 전문적이고 바쁘게 돌아갑니다.

월요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 H커피숍에는 매니저들로 북적입니다.(‘프로듀사’에도 등장했던 곳입니다) 그 주 금요일 방송되는 KBS ‘뮤직뱅크’에 소속 가수를 출연시키기 위해 담당 PD를 만나려고 기다리는 거죠. 이날 오후에는 토요일의 터줏대감인 MBC ‘쇼 음악중심’ 섭외를 위해 MBC가 있는 상암동으로 이동합니다. 화요일에는 일찌감치 목동으로 가죠. 당연히 SBS ‘인기가요’ 제작진을 만나기 위해섭니다. 월, 화요일에 사무실에 앉아 있는 가요 매니저는, 결국 일할 줄 모르는 매니저죠.

수요일부터는 실전입니다.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MBC뮤직 ‘쇼 챔피언’, Mnet ‘엠카운트다운’과 ‘뮤직뱅크’ ‘쇼 음악중심’ ‘인기가요’가 릴레이로 방송되죠. 가수가 방송에 출연하는 시간은 3분 안팎이지만 사전 준비 시간과 드라이 리허설, 카메라 리허설, 본방송까지 포함하면 매일 반나절은 방송국에서 살아야 합니다. 그 사이 매니저들은 시간을 쪼개 다른 예능프로그램이나 드라마 출연 기회를 얻기 위해 PD나 제작자를 만나고, 밤에는 늦은 시간까지 술자리가 이어집니다.

신인부터 스타를 두루 거친 20년 차 가수 매니저가 했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에게 아빠 그림을 그리랬더니, TV 앞에서 누워 자는 모습을 그려왔어요. 그런데 잠자면서도 오른손에는 휴대전화를 쥐고 있는 그림이더군요.”(주말, 밤낮없이 전화했던 게 미안했습니다)

백조가 우아하게 물 위에 떠 있기 위해 수면 아래서 수없이 발차기를 한다고 하죠. 매니저들이야말로 소속 스타를 더욱 반짝반짝 빛나게 하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리는 ‘백조의 발’입니다. ‘프로듀사’ 시즌2를 원하는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높던데, 스핀오프 드라마로 매니저들의 삶을 다룬 ‘매니사(士)’는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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