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말라가는 소양호 심각한 가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2일 오전 강원 양구군 소양호 양구 선착장 바닥이 훤히 드러나 있다. 양구 = 김호웅 기자 diverkim@

강수량 예년 53% 그쳐… 바닥 쩍쩍
농협, 송수관로 설치 등 극복 안간힘

“임진강 때문에 상황이 조금 나을 줄 알았는데 여기도 힘든 건 마찬가지네요. 제 마음도 타들어 가는 느낌입니다. 오늘 부디 비가 내려야 할 텐데….”

11일 오전 민간인통제선(민통선) 마을인 경기 파주시 군내면 통일촌의 한 농지. 최악의 가뭄 피해를 겪고 있는 농촌에 양수기 및 송수 호스 등 1000만 원 상당의 복구 자금을 건네기 위해 통일촌을 찾은 김정식 농협중앙회 부회장은 거북 등처럼 갈라진 논과 잔뜩 찌푸린 하늘을 번갈아 바라보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김 부회장 앞에는 지난 5월 설치한 지하 200m 대형 관정(지하수를 끌어올리는 수리 시설)이 있었지만 혹독한 가뭄 앞에선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 농협과 파주시 관계자 등 20여 명도 하릴없이 거품만 남아 있는 관정을 바라볼 뿐이었다.

지난 1월부터 9일까지 파주 지역 강수량은 141.1㎜로 예년 대비 53%에 불과했다. 통일촌에 있는 조형 연못은 마른 지 오래됐고, 임진강도 바닥을 내보이기 시작했다.

김윤석 파주농협 조합장은 “평생 파주에서 나고 자란 주민들이 이런 가뭄이 얼마 만인지 기억도 못 할 정도”라고 심각한 상황을 전했다. 양용복 파주시 농업기술센터소장은 “농민들 사이에서 124년 마다 찾아오는 가뭄 주기가 바로 올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마냥 무력하게 앉아있을 수만은 없었다. 파주농협, 파주시 등은 지난해 가을부터 가뭄 조짐이 보이자 저수지를 넓히고 11㎞가량의 긴급 송수관로를 설치했다. 시간을 벌기 위해 농민들에게 못자리 작업을 늦춰 달라는 당부도 꾸준히 이어졌다. 그 결과 예년보다 10일 정도 늦춰지긴 했지만 6월 초에 7386㏊에 달하는 파주시 전체 논의 99.2%에 모내기를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닥칠 일이 더 걱정이다. 오는 15일부터는 하루 50대의 살수차를 동원해 용수를 공급할 예정이지만, 임진강까지 말라버린 상황에서 언젠가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대했던 비 소식이 이날 오후 5.5㎜(임진각 인근 기준)로 갈증조차 풀어주지 못한 점도 농심(農心)을 더욱 무겁게 했다.

김 부회장은 “양수기 등 농민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농협 차원에서 진지하게 고민해 지원하겠다”며 “무엇보다 물 부족 현상에 대해 일회성 아닌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주 = 글·사진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11일 경기 파주시 군내면 통일촌에서 김정식(왼쪽 세 번째) 농협중앙회 부회장 등 농협 관계자들이 현지 주민과 가뭄으로 메마른 논을 살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