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극복 성공한 국가들

갈수록 줄어드는 출산율과 인구감소에 고민하는 독일과 달리 비교적 높은 출산율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국가도 있다.

바로 프랑스, 덴마크, 아일랜드, 스칸디나비아 지역 국가들이다. 특히 프랑스는 2000년대 초반부터 지난 10여 년 동안 유럽 최고 출산율 국가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 출산율은 여성 1인당 2.01명을 기록했다. 같은 해 독일 출산율이 여성 한 명당 1.3명인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출산율도 1.8명으로 높은 편이다. 덴마크 역시 지난해 출산율이 4년 만에 처음으로 상승해 1.69명을 기록했다. 통계청이 지난 2월 발표한 2014년도 한국 출산율은 인구 1000명당 8.6명이며, 여성 1인당 출산율은 1.21명을 기록했다. 전년도 1.19명보다는 0.02명 증가하기는 했지만 세계 최저 수준이다.

프랑스는 어떻게 저출산을 극복할 수 있었을까. 가디언은 최근 기사에서 그 비결로 △정부의 강력한 출산지원정책 △양성평등 정책(gender equality) △자유로운 가족제도 등을 꼽았다. 특히 일하는 여성을 위한 다양한 지원정책이 출산율 증가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일하는 여성이 많은 국가가 출산율도 높다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프랑스, 핀란드, 덴마크, 스웨덴 등 유럽 내에서 출산율이 높은 국가들의 경우 24~54세 여성 중 일하는 여성의 비율이 80% 중후반대를 기록하고 있다(2010년 기준). 반면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의 경우 지난해 평균 출산율이 1.3~1.4%에 머물렀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들 남유럽 국가들의 일하는 여성 비율은 64~78%대에 머물러 있다.

프랑스는 16세 이하의 자녀가 두 명 이하인 경우 113.15유로, 3자녀는 258.12유로, 4자녀는 403.09유로를 각 가정에 매달 지급한다. 2명 이상의 부양자녀를 가지고 있는 가족에게는 가족의 상황과 수입액에 제한받지 않고 별도의 신청 없이도 자동 지급된다. 지원금은 아이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출산, 보육, 취학 등 자녀 양육에 필요한 거의 모든 시점에 맞춰 지급된다. 탁아시설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육아휴직은 3년까지 사용할 수 있으며, 부모가 동시에 휴직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마디로, 결혼을 했든 안 했든 일단 아기를 낳으면, 국가가 책임지고 키워준다는 것이 프랑스 출산정책의 핵심인 셈이다.

1960년대 중반 이후 출산율의 급격한 하락을 겪었던 스웨덴 역시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출산장려정책을 펴오고 있다. 양성평등 정책이 철저한 데다가, 육아휴직 기간도 길고 충분하다. 출산과 양육은 남녀 모두의 일이라는 관점에 따라 아빠가 집에 머물 수 있는 환경을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 부모는 자녀가 12세가 될 때까지 자녀 1인당 연간 60일간의 간병휴가를 받을 수 있고, 간병휴가를 받은 부모는 월평균소득의 80%에 해당하는 아동간병급여를 지급 받을 수 있다.

가디언은 이른바 ‘열린 가족제도’ 역시 출산율 증진에 큰 몫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경우 영국이나 독일 등 다른 유럽국가들에 비해 이혼가정 자녀, 비혼 자녀, 혼외 자녀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대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