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엔화 가치 하락)’ 현상이 앞으로 2∼3년간 더 지속할 가능성이 있어 한국 경제에 타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올 하반기에는 100엔당 800원대 중반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과 아시아금융학회가 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전국경제인연합회 콘퍼런스 센터에서 개최한 ‘초 엔저의 전망과 파장 및 대응과제’라는 정책토론회에서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이같이 전망했다.

권 원장은 “원·엔 환율 하락이 지속되면 한국 수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자칫하면 원·엔 환율이 하락하면서 발생했던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올 하반기 중 100엔당 원화 환율이 800원대 중반까지 하락해 우리나라 수출과 성장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 회장은 이에 따라 “무분별한 자본 유입에 대한 정비와 질서있는 외환시장 개입, 적극적인 금리·환율 재정 정책 운용 등이 필요하다”며 “불황형 흑자 시정을 위한 내수 진작과 적합한 환율제도 모색, 원화의 국제화, 외환시장 육성과 국제금융외교 강화 등의 노력도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산업 중에서는 섬유·기계·운송장비 산업에 ‘엔저 타격’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됐다.

변양규 한경연 거시정책연구실장은 “지난해 11월 이후 수출단가가 급속히 낮아지는 등 일본 수출정책이 이윤확대에서 시장점유율 확대로 중심축을 옮겨가고 있다”며 “일본의 공격적인 수출단가 인하로 엔저 피해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며, 그동안 수출단가를 인하하지 않았던 섬유와 기계, 운송장비 산업은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엔화 약세 이후 한·일 자동차·철강업체들의 영업이익 흐름이 확연하게 차별화되고 있다”며 “일본은 글로벌 경기회복 지연에도 엔저로 인해 자동차·철강업체들의 이익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는데, 한국 기업들은 소폭 또는 답보 상태”라고 분석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