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8일 인천 연수구 송도 포스코 글로벌 R&D 센터 연구동 심가공용 유압 서보 프레스 앞에서 이홍우(왼쪽) 포스코 철강솔루션마케팅실 전문연구원이 성형 강판을 들여다보면서 동료 연구원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포스코 제공

치열한 세계 철강시장 생존위해
고품질 신강종 개발·생산은 기본
성형법 등 정보패키지로 ‘차별화’

송도R&D센터에 직원200명 투입
프로덕트 애플리케이션 센터 신설
고수익 WP 점유율 36%까지 확대

지난 18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의 포스코 글로벌 R&D센터 연구동. 이곳 심가공용 유압 서보 프레스(Hydraulic Servo Press) 기계 앞에서 이홍우 철강솔루션마케팅실 전문연구원은 강판 성형 실험에 여념이 없었다. 기계에 강판을 얹어놓고 모니터에 숫자를 입력하는 모습이 정적으로 느껴져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려는 순간 포스코 관계자는 “이 장면이야말로 포스코의 성장 동력을 담아내는 ‘한 컷’”이라고 말했다. 기계에 놓인 강판은 자동차에 쓰이는 재료로 ‘고연비를 위한 경량화’와 ‘안전을 위한 강도 향상’, 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과제를 지니고 있었다. 특히 강도가 높아질수록 연신율(延伸率·철이 늘어나는 정도)이 떨어지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으로 성형성 향상을 꾀해야 했다.

이 전문연구원은 “강판에 가하는 압력의 속도, 하중에 따라 소재 특성이 새로 나타난다”며 “고객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이런 실험을 통해 성형성을 높이는 ‘솔루션’을 알아내 함께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실험 장면이 포스코 성장 동력을 드러내는 이유는 바로 이 솔루션 제공 시스템에 있었다. 성능 좋은 강종을 생산하는 것은 기본이고 성형법 등 강종에 대한 사용 정보까지 빠짐없이 파악해 고객사에 알려줘야 하는 고난도의 마케팅 서비스다. 포스코는 이른바 솔루션마케팅으로 불리는 이 같은 서비스를 통해 철강 시장 경쟁 구도에서 살아남겠다는 승부수를 던졌다.

송도 R&D센터 철강사업본부에 이용 기술 개발 관련 인력을 대폭 강화한 것이 그 증거다. 2010년 송도에 포스코 R&D센터가 건립되면서 기술 마케팅 비중이 커져 철강사업본부 아래 직원 200여 명이 재직하는 철강솔루션마케팅실 프로덕트 애플리케이션 센터(PAC)가 신설됐다. 여기에는 강판 이용 기술을 발견, 제공하는 것도 R&D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시각이 담겨 있다.

송도 R&D센터 1층 로비에 전시된 PBC-EV(POSCO Body Concept-Electric Vehicle)는 광양연구소와 PAC의 대표적인 성과다. 2010년부터 전기용 차체 개발에 나선 포스코는 2년 만에 일반 차체보다 초고강도강(UHSS) 사용량을 40% 이상 늘려 강도를 높이고도 기존보다 25% 이상 무게를 줄인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 전문연구원은 “사실 신강종 개발은 모든 철강 회사에서 다 하는 일”이라며 “PBC-EV 의미는 고객사별 다양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솔루션 패키지를 개발했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PBC-EV가 솔루션마케팅의 토대를 닦았다면 2014년 파리모터쇼에서 주목받은 르노 콘셉트카 이오랩(Eolab)에 적용된 경량 자동차 강판은 솔루션마케팅 협업의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낸다. 이오랩은 일반 자동차 강판보다 강도가 높고 가벼운 트윕강(TWIP) 등 포스코만의 기술이 적용된 콘셉트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지만 이 차 탄생의 숨은 공신은 솔루션마케팅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솔루션마케팅 하나로 철강 회사 연구원이 아예 자동차 업체에 상주하는 밀착 서비스가 진행됐던 것이다.

포스코의 1호 레지던트 엔지니어로 2013년 4월부터 2015년 2월까지 르노 테크노센터(Techno centre Renault Guyancourt)에서 근무한 이 전문연구원은 “이오랩의 디자인이 계속 바뀌는 바람에 포스코의 부품 제공 일정이 매우 촉박했다”며 “양사의 소통 매개 역할인 레지던트 엔지니어가 없었다면 이 차 개발은 늦춰질 수도 있었다”고 떠올렸다.

일단 지난해 권오준 회장이 지난해 3월 취임과 동시에 중점적으로 내세운 솔루션마케팅은 성과 측면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포스코에 따르면 2014년 매출액은 65조984억 원, 영업이익은 3조2135억 원으로 2013년보다 각각 5.2%, 7.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표적 고부가가치강인 WP(World Premium)제품과 솔루션 마케팅 연계 판매량을 각각 13%, 186% 늘리고, WP제품 점유비를 33.3%까지 확대시켜 수익성 향상에 기여했다는 게 포스코 측의 설명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솔루션마케팅의 현지 대응력을 높이겠다”며 “이를 통해 고수익 WP제품 점유비율을 지난해 33.3%에서 36%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