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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이 철강 시장이 어려울 때 모사(模寫) 장치만 한 게 없죠.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해주거든요.”

27일 충남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내 기술연구소(사진)에서 만난 박봉준 선행연구팀 과장은 자사 R&D 강점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모사 장치의 역할을 첫손가락에 꼽았다.

모사 장치란 실제 공정을 그대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축소판’으로 현대제철이 심혈을 기울이는 실험의 장이다. 기술연구소가 설립된 지난 2007년부터 모사 장치를 들여놓은 현대제철은 2011년 모사 설비 9종과 분석장비 136종 등 최고 수준의 첨단 장비를 도입한 뒤 꾸준히 성능 향상을 꾀했다.

이 기계의 성능에 따라 비용뿐 아니라 실제 공정에서 발생하는 불량률도 낮출 수 있어 철강 업계에서는 얼마나 좋은 모사 장치를 갖췄는지가 기술력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 그만큼 보안에 민감해 사진 자료와 같은 외관 모습도 공개가 어렵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박 과장은 모사 장치를 통해 “비록 신은 아니지만 최대한 (공정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쇳물이 고체인 슬라브로 모습을 바꾸는 순간부터 압연 공정을 통해 첫 번째 완제품인 냉연·열연코일로 변하는 공정을 이 ‘축소판’에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과장은 “온도와 냉각 속도를 제어하는 우리 회사 모사 장치의 수준이 높다”며 “조업 공정과 끊임없이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기술 향상이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현대제철의 모사 장치는 이 회사 R&D의 기초체력을 나타내고 있었고 여기에는 철저한 사전 실험과 준비 과정을 통해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려는 의도 역시 엿보였다. 29일 현대제철에 따르면 2007년 기술연구소를 준공한 뒤 2013년까지 총 94종의 자동차용 강판을 개발했고 현재는 완성차에 필요한 강종 99% 이상을 생산할 수 있다.

특히 자동차 강판 고로(高爐)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가동된 기술연구소의 기본기 덕분에 다른 경쟁사들이 개발까지 1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고 하는 자동차 강판 외판재를 고로 가동 2년여 만에 개발해 냈다. 이 같은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최근 현대제철은 자동차에 적용되는 복합다상강(AMPS·Advanced Multi-Phase Steel)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박 과장은 “강재에 망간 비중을 높여 연성과 강도를 동시에 확보하려는 강종 개발이 유행이지만 비용이 높아지고 도금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며 “복합다상강은 이 한계를 극복한 데다 현재 설비에서 조만간 양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올 1분기(1~3월) 매출액 3조4611억 원, 영업이익 3405억 원, 당기순이익 2515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1% 줄었지만 기술이 뒷받침된 고부가강 판매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6%, 303.6% 증가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자동차용 냉연 강판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R&D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라며 “2016년에 통합개발센터를 한 동 더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