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와 관련해 미국 정보당국은 인공위성뿐 아니라 항공기와 선박 등을 동원해 처음부터 끝까지 전 과정을 예의 주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동선을 추적해 발사 참관 사실도 실시간으로 인지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의 SLBM 기술 수준에 대해서는 사출 시험 이상의 발사능력 확보에서부터 기술적 완성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분석까지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미국의 군사 안보 전문매체인 워싱턴 프리비컨(WFB)은 11일 “미국 정보당국은 북한의 SLBM 발사 실험을 예상하고 수일 전부터 정보 정찰 설비를 활용해 철저한 감시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WFB는 지난해 8월 북한이 SLBM을 발사할 수 있는 잠수함을 개발한다고 처음 보도한 매체다. 이날 WFB는 정보 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 SLBM 발사 모니터링에는 인공위성과 항공기, 관측선 등이 총동원됐다”며 “단순한 수중 사출 이상의 실험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정보당국 발사체가 수중에서 솟구쳐 물 위에서 엔진이 점화됐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탄도를 탑재하지 않은 모의 탄도탄(더미탄)일지라도 엔진이 점화된 만큼 수중 사출 실험보다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김 제1위원장의 함경남도 신포군 앞바다 잠수함기지 이동 사실도 미리 파악해 한국 측과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한민구 국방장관도 11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보고 답변에서 “그 시간에 (발사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정보 당국이 김 제1위원장의 참관 사실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보고 있었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익명을 요구한 미국 국방관리들은 AFP통신에 “북한이 실험한 것은 탄도미사일이 아니었다”며 “북한이 SLBM 개발의 기술적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북한은 SLBM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당장 북한의 SLBM 개발에 따른 즉각적 위협은 없는 상태”라고 언급했다.

항공우주분야 연구기관인 에어로스페이스 코퍼레이션의 존 실링 연구원은 “북한의 SLBM 개발에는 수년이 더 걸리겠지만 단거리 미사일이라도 성공만 한다면 미국의 미사일 추적 시스템에 교란을 안겨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