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자중지란’… 친박 “국민에 재앙” “포퓰리즘” 일제히 비판

서청원 “언론 보고 결과 알아”
지도부 협상 태도까지 질타

비박 “朴대통령, 선진화법 주역
야당에 양보 말라는 건 모순”

공무원연금개혁안 합의 과정에서 앞으로 국민연금을 개혁해야 하는 큰 숙제를 떠안게 된 새누리당 내부에선 한동안 잠잠했던 계파 간 논쟁이 재현되고 있다. 새누리당 비주류 진영과 당 지도부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한 불만을 쏟아냈고, 비주류에 끌려가던 친박(친박근혜)계 주류 진영에선 지도부의 협상 능력과 태도를 비판하고 나섰다.

4일 새누리당에 따르면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는 약 15분 늦게 시작됐다. 회의에 앞서 열리는 최고위원들 간 대화 도중 일부 최고위원들이 이번 협상 내용의 문제점과 당내 협의가 부족한 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를 질타한 때문이다.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내가 그렇게 사전에 최고위원들에게 설명해달라고 했는데 또 이러느냐”면서 “우리가 언론을 보고 협상 결과를 알아야 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 최고위원은 국민연금 명목 소득대체율 인상과 관련, “비록 실무선에서 합의했다 해도 50%까지 인상한 부분은 매끄럽지 못했다”면서 “사회적 기구와 특위를 만들겠지만, 자칫 잘못하다가 국민에게 큰 재앙을 주는 것”이라고 지도부의 협상 책임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이인제 최고위원 역시 비슷한 톤으로 김 대표 등을 압박했다. 현장에 참석했던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이들은 예전처럼 탁자를 치거나 삿대질을 하는 등 강력한 어필을 하지는 않았지만 짜증 섞인 목소리 속에서 강도 높은 불만이 느껴질 정도였다고 한다. 다만 김 대표가 “이해한다. 앞으로 노력하겠다”고 자세를 낮추면서 확전으로 이어지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 중진인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실망스러운 결과”라며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고 혹평했다.

이 같은 기류는 공개회의에서도 연결됐다. 서 최고위원은 “왜 최고위원회가 합의체로 운영되느냐”며 “최고위원회를 최종적으로 열어 문제를 같이 논의하자고 했는데 우리도 언론을 보고 알았다. 이것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이와 관련, “여야 합의로 어렵게 타결된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관련, 많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데 많은 비판에 대해 저 역시 많은 부분 공감한다”면서 “그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주류 성향의 한 핵심 당직자는 “박 대통령이 여당을 옥죄는 국회선진화법이라는 것을 만들어 놓고, 새누리당한텐 야당에 양보하지 말라는 모순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공무원연금개혁 회의 도중 ‘차라리 박 대통령이 협상하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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